[eBook] 마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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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속죄>!?

 

 

유명한 작가일수록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이 의외의 작품일 수 있다.

나에게 나쓰메 소세키는 산문으로 먼저 다가왔다. 그의 장편을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때마침 독파에서 <마음>이 올라와 있었다. 이참에 소세키 입문으로 좋을 거 같아서 참가했다.

그러니 내게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은 <마음>이 처음이다.

 

<마음>은 전자책으로 읽었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문학동네 버전과 리디 셀렉트에 있는 열린책들 버전을 번갈아 읽었다.

번역자에 따라 다른 번역을 보는 재미를 동시에 얻은 책이다.

 

별다른 사건이 없지만 계속 읽게 되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이것이 바로 소세키의 필력이 아닐까?

 

이야기에 나오는 선생님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자 주인공 '나'에게 어른으로서 마음의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우연히 만났지만 계속 관계를 유지해가는 모습이 내겐 신기했다. 저렇게 만나서 계속 친분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 시대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었다.

 

이 선생님에겐 비밀이 있는 거 같다.

혼자 조용히 다녀오는 묘지.

그곳에 묻힌 이가 누구인지 선생은 말이 없다.

'나'는 혼자 상상해 보지만 좀체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렇게 이어가는 인연 중에 '나'는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선생님의 비장한(?)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나'가 궁금해하던 선생님의 '비밀'이 담겨있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나'는 도쿄의 선생님한테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선생님이 보낸 편지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이 미스터리한 부분 때문에 초반에 선생님의 과거를 엄청나게 오해(?) 해 버린 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했지만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느라 <마음>은 추리소설이 되어 버렸다!

 

내 과거가 나를 압박한 결과, 이런 모순된 인간으로 변했는지도 모릅니다.

 

 

솔직하지 못한 마음을 상처받았으므로 자기합리화를 해버린 선생님.

그가 죗값을 치르고 살았다고 하는 그 마음조차도 어쩜 자기 합리화가 아니었을까?

 

젊은 나이에는 누구나 선생님 같은 마음으로 살 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고, 눈치 보며 혼자 상상하고, 별거 아닌 것도 크게 만들어 내어 속앓이를 하는...

차라리 K처럼 담백했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되뇌어진다...

 

<마음>을 읽으며 젊은 선생님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느낌들을 내 마음처럼 이해할 수 있었다.

상처란 그렇게 집요하게 한 사람의 마음을 지배해서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어린 나이에 그런 일들을 겪지 않았더라면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알 수 없는 꼬리표만 남기고 <마음>은 끝났다.

도쿄행 열차 안에서 '나'는 어떤 마음일까?

선생님의 편지가 '나'에게 또 다른 상처로 '독'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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