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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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는 이제 장르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그런 법은 없지만, 그런 세상은,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토끼해에 만난 <저주토끼>는 어떤 맛일까?

어떤 저주(?)를 지니고 있기에 생각지도 못한 귀인을 만나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널리 퍼진 것일까?

작가 스스로 환상호러 장르라 칭하는 <저주토끼>속 10편의 이야기는 왠지 익숙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새로웠다.

2022년 부커상 인터네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이 이야기들이 콧대높은 그들의 눈에도 들었다는 신호이자 앞으로 다른 작가들에게도 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것이라 생각된다.

 

자기 자신을 위한 저주의 물건을 만든 탓에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저주토끼>

화장실 변기에서 솟아난 머리는 배설물을 먹고 자라나 자신을 키워준 육체를 빼앗고 <머리>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여자는 목소리에 의지한 채로 사고 현장을 빠져나간다고 생각했지만 함몰되고 <차가운 손가락>

피임약 때문에 임신한 여자는 아이 아빠가 될 사람을 찾지 못한 채 출산을 하고 <몸하다>

반려인간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감정이 없는 그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무기가 될 뿐이란 걸 깨닫게 해서 나의 상상력을 파괴할 줄이야! <안녕, 내 사랑>

전설의 고향에서 "내 다리 내놔~"가 제일 소름 끼친 대사로 기억되는데 그걸 능가하는 "나를 풀어주시오!" <덫>

뱀파이어의 역습(?)을 기대했던 내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 <흉터>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아니었구나!라는 깊은 깨달음을 준 <즐거운 나의 집>

SF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본 거 같은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난 그저 그를 마조히스트로 생각했을 뿐. 이런 반전은 꿈도 못 꿨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재회>

 

판타지, 전설, 호러, 미스터리, 공포, SF, 모든 장르를 골고루 맛보게 해준 <저주토끼>

어떤 이야기도 기발하지 않은 게 없고, 어떤 이야기도 등골이 서늘하지 않은 게 없다.

무심코 읽다가 발목 잡히게 만드는 <늪> 같은 이야기들.

 

어딘가에서 <재회> <차가운 손가락>이 나를 <덫>에 걸리게 해서 새겨진 <흉터>에서는 <몸하다>처럼 선혈이 흐르고, <머리> 곳곳에 새겨진 이야기의 흔적들은 <즐거운 나의 집>을 오소소 소름 돋게 둘러보게 만들었으며, 스탠드 전원 버튼을 터치할 때마다 <저주토끼>의 기운을 느끼게 되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의 반려인간(?)에게 <안녕, 내 사랑> 노래를 불러주고 싶고,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속 공주처럼 내세가 보장되는 삶을 누리고 싶어졌다.

 

상상력이 필요하신 분

아슬아슬한 호러의 느낌이 알고 싶은 분

다양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맛보고 싶은 분

가장 압도적으로 필요한 모국어로 장르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저주토끼가 한국판 환상특급이 되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 보일 날이 빨리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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