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하버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
타나 프렌치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독하게 슬픈 사람들....이었다가 극도로 선량한 의도를 지닌 사람으로 돌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라는 말을 쓰고 싶었다.

그 선량한 의도라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일랜드 범죄소설의 맛은 아주 매콤했다.

 

 

내 인생의 남은 날 동안 그 여정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돌아갈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날 브로큰하버로 가는 길 위에서 나는 어른이 되고 난 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 되려고 했던 존재 그 자체였다. 살인 수사과 형사 부서에서 제일 훌륭한 인재, 사건의 해결책을 찾아서 곧고 좁은 길로만 해결해 내는 사람. 내가 그곳을 떠날 때는 다른 존재로 바뀌어버렸다.

 

 

브라이언스타운.

주택 개발이 추진되었던 그곳.

가정을 꾸린 젊은 부부들의 꿈이 되었던 그곳은 유령 주택 단지로 변했다.

개발업자들이 단물만 쏙 빼먹고 사라진 곳은 짓다만 폐허들의 숲이었다.

그곳에 둥지를 틀었던 단란한 스페인 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케네디 형사는 신참 형사 리치와 함께 사건을 맡게 된다.

 

케네디에게는 엄마의 자살과 정신에 문제가 있는 동생 디나가 있다.

그의 과거에는 브로큰 하버에 대한 좋은 추억과 끔찍한 추억이 존재한다.

이름만 바뀐 브라이언스타운의 몰락을 바라보는 케네디의 마음은 살인사건만큼이나 복잡하다.

 

삭막한 풍경과 단란한 가족의 죽음.

경제 불황에 실업자가 된 가장, 파산한 가정, 짓다만 집들, 그들의 행복한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 가족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야기는 촘촘했고,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다.

케네디와 리치의 관점이 다르고, 신참답지 않게 리치는 팽팽하게 맞선다.

그렇다고 케네디가 허튼짓을 하는 형사는 아니었다. 가장 우수하고, 훌륭한 형사인 만큼 그에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밀고 나가는 리치를 보면서 마치 내가 같이 키운(?)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그것이 나중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몰랐을 때는...

 

 

이번 사건은 달랐다. 사건은 뒤로 흐르며 우리를 격한 썰물로 끌고 가버린다. 한 발짝 뗄 때마다 더 깊고 검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광기의 덩굴에 단단히 감겨 아래로 끌려간다.

 

 

불황, 실직, 부동한 거품, 파산.

남의 일 같지 않은 일들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 가는 사람들을 보는 마음이 서글프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들의 꿈을 등 처먹고 사라진 개발업자들?

경제를 망쳐버린 정치?

굳건하지 못했던 정신?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될수록 참담해지고 슬퍼지는 마음을 다독이기 힘들었다.

리치의 고집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용납할 수 없었고

그런 리치를 용서하지 않는 케네디를 이해하면서도 화가 났다.

 

누군가의 선의가 누군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걸 지켜보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야만 한다는 걸 마음은 이해하면서도 머리는 이해하기 싫었다.

이 복잡한 마음을 어찌 풀어쓸까!!!

 

아일랜드 추리소설의 대가 타라 프렌치.

매콤하면서도 시큼한 맛을 지닌 이 이야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여태껏 읽었던 그 어떤 범죄 소설들 중 범인을 알고 나서도 속이 시원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저 읽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

그럼에도

계속 다시 읽고 싶어지는 범죄 소설을 만났다.

케네디와 리치 콤비가 계속되기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