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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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는 증권 조작, 명예살인, 유전자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레오는 이걸 현대전의 한 형태로 묘사했는데, 아주 흥미로운 발상이야."

"무기가 된 거짓말?"

"혼돈과 혼란을 유발하는 수단으로서의 거짓말. 폭력의 대체물로서의 거짓말."

 

 

밀레니엄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는 감옥에 갇힌 리스베트로부터 시작한다.

전작에서 살해당한 프란스 발데르 교수의 아들을 무사히 빼내고 안전하게 지킨 결과로 그녀는 보답 대신 징역형을 살게 됐다.

그것도 스웨덴에서 가장 안전한 여성 감옥으로.

리스베트의 안전을 고려해 그렇게 고르고 골라 간 감옥은 베니토라는 범죄자에게 장악된 상태였고, 간수들마저 베니토를 거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리스베트는 파리아라는 방글라데시 소녀가 베니토에게 폭행 당하는 걸 목격한다.

매일 이루어지는 그 폭력에 리스베트는 파리아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매 이야기마다 리스베트의 과거가 하나씩 풀려나는데 이번에는 리스베트의 온몸에 새겨진 용 문신이 왜 새겨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리고 이 편에서 리스베트는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는다...

 

집시 여인들 중 재능이 출중한 여자들이 낳은 쌍둥이들을 환경이 다른 곳으로 따로 입양시켜서 환경이 인간의 지능과 성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비밀 유전자 연구가 행해지고, 리스베트도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중심에서 그들의 마수에 걸려 입양을 가게 될 상황에 처한다. 6살 밖에 안된 리스베트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친다. 그 이유로 입양은 무산됐지만 리스베트가 나중에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분리되어 입양된 쌍둥이들 중 한 명인 레오는 금융권에서 알아주는 재력가의 아들로 자란다.

청각과민증에 예술적 감각이 출중했지만 그의 재능은 무시되고 금융인으로 길러진다.

모든 걸 다 가진 그는 늘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정말 그가 생각한 대로 그는 자신의 반쪽을 만나게 된다.

자신들을 실험한 사람들에게 복수하기로 맹세하는 레오와 댄.

그들의 복수는 안전하게 이루어질까?

 

그 와중에 어떤 이들은 지갑이 더 두툼해졌습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핑 돌 일이죠. 증시 폭락을 야기한 자들이 하락세에 미리 주식을 사놓고서 과연 얼마나 벌었을지 상상해 보세요. 그 정도 돈을 취하려면 은행 수천 곳은 털어야 할 겁니다."

 





요즘은 모두 앱으로 은행일을 처리한다.

통장은 사라진지 오래고, 모두 디지털 안에서 숫자에 의해 자신의 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든 투자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디지털 세상이 한순간에 먹통이 된다면? 아무런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은행 거래의 자료가 사라진다면?

이 이야기의 마지막엔 증시 폭락과 함께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들이 뉴스처럼 퍼져간다.

그런 세상에서 진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 디지털 숫자로만 표시되었던 내 재산은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이 혼돈의 세상은 좀 더 편리하게 살려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

누군가의 터치 한 번에...

 

이슬람의 명예살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파리아의 이야기는 여자를 소유물로만 생각하는 종교적 신념에 물든 사람들의 위험함을 보여준다. 이런 미친 짓이 아직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음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다. 종교와 정치와 마약에 중독되면 답이 없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주요 캐릭터들의 무게감이 줄어서 뭔가 허전하지만 현실의 문제들을 소설로 만들어 낸 라게르크란츠의 노력에는 감사한다.

리스베트의 과거의 조각들을 하나씩 벗겨내는 수고로움에도 감사한다.

그러나 무게감이 사라진 가벼운 캐릭터들의 모습은 여전히 대하기가 괴롭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멈출 수 없다.

 

리스베트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이제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감정의 찌꺼기가 사라지고 온전히 동료의식만 남은 거 같다.

국가 기관들이 '비밀'이라는 이름하에 자행했던 수많은 연구와 조작과 죽음의 은폐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기에 <밀레니엄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많은 익숙한 이야기가 어느 나라에서든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밀레니엄 시리즈>.

이제 한 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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