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영원의 시계방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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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어서 믿는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사실이 된다, 이 말이지.

 

 

김희선 작가의 작품은 처음인데 참 다양한 꿈을 꾼 느낌이다.

땅속 어딘가에 시간을 거스르는 통로가 있을 거 같고, 지금은 사라져서 만나기 어렵지만 어딘가의 골목에 자리한 시계방을 만날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되고, 평소에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태엽'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련함과 동시에 특별한 기능이 각인된다.

내가 느끼는 이 현실이 어쩜 우리가 서로를 위해 꾸는 꿈일 수도 있겠고, 내 스마트폰의 전원을 껐다 켜면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만 같고, 유리 가가린의 꿈이 계속되기를 빌어보는 건 살고자 하는 욕심 때문인 거 같고, 의식을 업로드해서 영원히 산다는 건 여전히 반대하고 싶고, 모든 힘든 일들을 자동인형으로 대체해가는 지금의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우린 모두 우편배달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꿈같기도 하고

악몽일 수도 있고

현실도피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또렷하게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잊고 사는 과거가 미래와 섞여 여전히 똑같지만 좀 더 세련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자동인형으로 대체된 공장에서 청춘을 시들게 했던 언니들은 지금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되어 있을 터였고

독일에서 깊은 갱도에 묻혀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광부들의 존재도 잊힌 기억이었다.

그런 과거들이 <빛과 영원의 시계방>에 담겨 있었다.

 

나는 당신이 꾸는 꿈이고 당신들은 또 내가 꾸는 꿈이며 우리는 그렇게 무한히 뒤엉켜 서로를 꿈꾸며 영원히 깨어나지 말아야 하는 존재들이니까요.

-꿈의 귀환 중

 

과거의 이야기에서 미래를 길어올린 SF 소설은 잊으면 안 되는 사실들을 미래로 데려왔다.

마치 꿈처럼, 악몽처럼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 낸다.

그 안에서 소리 없이 스러져간 사람들에 대한 추모의 글 같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네. 진실이란 그 자체로 존재하지. 누가 믿거나 믿지 않는다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아니, 무엇보다도 자넨 결국 알게 될 걸세. 가장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에 말이야."

 - 가깝게 우리는

 

 

눈 가리고 아웅 했던 과거의 일들을 미래 시제로 이야기한 김희선 작가의 <빛과 영원의 시계방>

어쩜 우리 모두는 빛과 영원의 시계방 안에서 매일 태엽을 돌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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