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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3명의 이시바시 유.
그리고 그들의 엄마 가나, 루미코, 아스미 .
프롤로그에서 시작되는 폭력은 아이의 죽음을 예상하게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누가 프롤로그의 아이일까를 계속 생각하느라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이시바시 유.
아이들의 이름이 같다는 장치는 모든 아이들은 구별 없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같은 이름의 아이들은 결국 '보호'라는 이름 앞에서 특별하지 않다.
모두가 동등하니까.
싱글맘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혼자서 유를 열심히 키우는 가나.
쉬지 않고 일하기에 유와의 시간을 많이 갖지는 못하지만 착한 아이는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할 정도로 큰다.
보채지도 않고, 투정한 번 없는 아이 유.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 도둑 누명을 쓴다. 가나는 아이에게 신경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사진작가와 결혼한 루미코는 두 아들을 키운다. 육아와 집안일은 루미코 담당이다.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 루미코는 잠시도 고요할 날이 없다. 두 아이는 형제간의 우애가 좋기도 하지만 만나면 서로 싸우기 바쁜 한창 미운 나이다. 경력 단절의 위기를 견디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던 루미코에게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안정적인 일에서 해고당하고 만다.
자신만의 시간이 절실한 루미코는 남편에게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집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간다.
셋 중 가장 화목하고 행복해 보였던 아스미.
그러나 착하고 공부도 잘하던 유가 학교에서 사이코패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9살 유도 알았던 비밀을 아스미만 몰랐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치매까지 걸렸다.
아이는 아스미의 자랑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자랑스러운 유는 없다...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느낌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남자들은 어쩌면 다들 그렇게 재수탱이들인지!!
처자식 버리고 나간 놈
바람피우는 놈
능력 없는 지질한 놈
그러나 자존심만은 하늘을 찌르는 놈들.
집안일은 여자의 몫이고, 육아도 여자의 몫이고, 자신의 부모를 돌보는 일도 여자의 몫.
그런 여자가 돈까지 벌어오면 더 땡큐! 인 모습들을 보면서 속에서 차오르는 분노가 해결이 안 돼서 미칠 거 같았다.
그러나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는 아스미.
가장 응원하고 싶은 건 가나.
잘 생각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건 루미코.
그럼 누가 이시바시 유를 죽였을까???
세 가정의 접점이 없어서 놀랐고
서로의 연관 없이도 많은 유사점을 가진 모습이 신선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모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에 뿌듯했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죠." 하고 사가라가 따끔하게 대꾸했다.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아이를 지키는 것도 똑같습니다. 포기한 순간, 아이는 죽어요."
아동학대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다.
어떤 일에서도 무조건은 없는 법이다.
사가라의 등장은 그런 부분을 얘기해 준다.
육아전쟁은 아주 많은 시간들을 참아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그 인내의 끈이 끊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쌓인 감정들을 휘두르게 된다.
그것이 죄가 되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그 상황을 이해할 생각 없이 떠든다.
루미코의 편지는 그런 의미에서 같은 일을 겪었지만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었던 사람의 이해였다.
평범한 사람이 죄를 짓게 만드는 건 한순간이다.
그 순간의 울화는 오랜 시간이 쌓인 것이다. 그것을 어떤 기준으로 재야하는 걸까?
아동학대라는 키워드가 강조되어서 읽기 불편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여성들이 늘 가지고 다니는 시한폭탄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아가 생긴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입씨름을 하고, 나도 모르게 성장한 아이들에게서 품 안의 자식만을 보았던 그녀들에게 날리는 경고장이다. 당신도 언제든 아동학대의 사슬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
무심한 아빠들을 가진 아이들이 엄마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눈과 귀가 항상 열려있다는 걸 잊고 사는 부모들.
그래서 아이가 어른들의 비밀을 알게 되어 받는 충격을 절대 알 수 없는 부모들.
그 분노가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무지한 부모들.
그걸 한쪽의 부주의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시선.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지금도 어딘가에 가나와 아스미 그리고 루미코가 감정을 추스르며 나아가고 있기에 그저 소설로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내일의 식탁은 오늘의 식탁 보다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이야기.
<내일의 식탁>
모든 어른들이 읽어봐야 할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