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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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방식을 공부하는 것은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바르도의 링컨>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조지 손더스가 시러큐스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들을 가르치며 그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19세기 러시아 단편들을 읽으며 그 이야기들을 분석하는 방식이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글을 끊어 읽어야 하는 게 저에겐 쉽지 않았어요. 한 번에 쭉~ 읽고 그 느낌을 간직해야 하는데 몇 페이지 읽고 시시콜콜하게 따지고 드는 방식이 별로였죠. 그게 현장감이 있는 게 아닌 글로 읽는 거라 더 심했습니다.

다행히 아주 짧은 단편 두 편만 그렇게 진행되었고, 나머지는 단편 그 뒤에 강의 이렇게 진행되는 책입니다.

 

사실 손더스의 강의가 없었다면 이 러시아 단편들이 제게 어떤 감흥을 주진 않았을 거 같아요.

괜하게 읽고 나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을 거 같습니다.

처음엔 이야기를 분석하는 게 좀 거슬렸지만 한두 편을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다음 편을 읽을 때 앞에서 짚어주었던 부분들을 생각하며 읽게 되어 도움이 됩니다.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스타일을 모르고 읽었을 때와 알고 나서 읽었을 때는 그 느낌과 이해도가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모든 글을 이 작업으로 환원할 수 있다. 한 줄을 읽고, 그에 반응하고 그 반응을 신뢰하고(받아들이고), 그에 대응하여 직관에 의지하여 순간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

 




안톤 체호프, 이반 투르게네프, 레프 톨스토이, 니콜라이 고골의 특징과 그들의 글 스타일을 알아가는 과정이 꽤 뿌듯했습니다.

혼자 읽었더라면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을 부분들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분석해 보는 것도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 글쓰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할까요.

 

많이 읽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는 이야기를 분석해 보는 과정이 더 글 쓰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어요.

거장들의 짧은 이야기 안에 담긴 알아채기 힘든 부분들을 손더스의 질문과 이야기로 깨달아 가는 중에 저도 모르게 이 과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출판사에서 제공해 준 <리딩 가이드>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정해진 분량을 읽고 좋은 문장들을 뽑고, 한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서 주어지는 미션을 정리하다 보면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될 때도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이 강의록은 6명의 작가들과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기에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작가분들에게는 더 유익한 책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글을 쓰고,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도 유용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시러큐스 대학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의 일부를 함께 한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이 책에서 습득한 것들이 앞으로 제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들,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 앞에서 그것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그 방법은 알 거 같습니다.

평소 어렵다고 피해왔던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도전 욕구가 막 생기네요.

 

작가들의 뒷담화(?)도 들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던 책입니다^^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글쓰기에 뛰어들기 전에는 우리 글쓰기의 문제가 무엇일지 알 수 없고, 그다음에야 우리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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