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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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라는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윤하의 소설은 <나인폭스 갬빗>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소설이다.

전작에서도 등장한 구미호는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에서도 구미호족으로 등장한다.

 

화국과 라잔.

가상의 국가이지만 읽다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된다.

벚꽃으로 대표되는 라잔은 일본을, 진달래로 대표되는 화국은 우리나라를 말한다.

 

라잔에 침략당한 화국은 14행정령으로 불린다.

엄마와 다름없는 봉숭아 언니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제비는 마냥 언니에게만 의지하기 미안해서 어떡해서든 자립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제비라는 이름 대신 '테세라오 트세난' 이라는 라잔의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시험을 본다.

자신의 실력으로 당연하게 붙을 거라 생각했지만 당연하게 떨어지고, 제비가 이름을 바꾸고 라잔의 예술성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봤다는 걸 알게 된 봉숭아와 싸우고 집을 나오게 된다.

 

구미호 학의 도움으로 방위성 사람을 만나 일자리 제안을 받은 제비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모른 채 찾아가 기계 용 아라지를 만나게 된다.

자동인형 용. 아라지는 옛 화국의 궁궐 지하에 갇혀있다.

 

전쟁용으로 만들어진 용 아라지는 살육을 즐기지 않는다.

제비는 아라지와 소통할 방법을 생각해 내고 그와 소통하면서 아라지와 탈출을 꿈꾼다.

그 와중에 언니의 아내였던 지아를 죽인 결투자 베이의 보호를 받으며 점점 그녀에게로 빠져들게 된다.

 

기계 용, 자동인형, 구미호 족, 마법, 독립군, 다자연애.

낯선 듯 익숙한 이야기에 마법이라는 판타지와 기계 용과 달나라라는 SF적 요소를 버무린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작가 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까 최대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거해 버린다는 거로군요." 제비는 이렇게 말하면서, 통제된 상태로 존재해야만 하는 자동인형들을 떠올렸다. 일말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자신도, 자신의 민족도 선택권을 완전히 빼앗긴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자동인형들이 돌아다니는 도시

화국인들은 감시를 당하고, 자신들의 천연자원을 모두 빼앗기고, 기계 용과 기계인형들을 움직이기 위한 마법의 안료를 얻기 위해 화국의 골동품과 희귀품들이 박살 나는 광경은 그저 글일 뿐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기에 나도 모르게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다.

훌륭한 예술품일수록 그 마법의 깊이는 오묘해서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그만큼 만들기 까다롭고 진귀한 안료이다.

그것이 바로 기계 용 아라지를 움직일 수 있는 진실이었다.

 

제비와 베이의 사랑

아라지와 제비의 교감

남녀 구분 없는 '사랑'의 세계

부역하는 자와 독립운동을 하는 자

자국의 문화 예술품을 미래를 위해 빼돌리려는 그들의 노력들이 독특한 분위기로 담겨 있는 이야기였다.

 

화국과 라잔의 혼혈인 베이

다 알고도 문화재를 빼돌린 것인지 아니면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던 건지 영영 알 수 없게 된 학의 죽음.

달 나라까지 이야기를 뻗어 나간 이윤하 작가의 상상력이 감탄스럽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독특한 이야기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너희가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구나."

 

 

이야기를 관통하는 봉숭아의 말 앞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본다.

서로가 행복해한다면 주변인은 그걸 인정해 주면 된다.

그것이 가장 큰 사랑일터...

 

아라지는 제비와 베이를 태우고 달나라로 갔다.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제비와 베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서양의 강철배들이 화국을 향해 몰려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음 편 이야기가 나와주면 좋겠다.

왠지 뭔가 덜 완성된 느낌이 남아서 후속편에서 제대로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이야기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 이윤하는 다른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장르문학의 독보적인 존재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다를 게 볼 줄 모른다.

이윤하와 같이 뿌리는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이 또 다른 한류를 만들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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