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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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잠깐 눈멂을 암흑 또는 검은색과 동일시하는 해묵은 경향은 대체로 시각장애인의 경험과는 같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거기 눈을 심어라>를 쓴 작가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명으로 시각을 잃기 시작했다.

 

보이는 눈에서 보이지 않는 눈을 갖게 된 저자는 해박한 문학적 견해로 눈멂이란 어떤 것이가에서부터

비시각장애인들의 세상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거기 눈을 심어라>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시각장애에 대한 풍부한 문학적 예를 들며 그 알 수 없는 세계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비시각장애인들의 고정관념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생각마저도 비시각장애인들에게 맞춰야 하는 현실에 대한 것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어떤 것'이 정말 제대로 된 '어떤 것'이 맞는지를 곱씹어 보게 된다.

 

시작장애는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들의 세계는 다르다.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 모르지만 그 차이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광학 유리'가 없다면 인간이 볼 수 없는 세계를, 신은 무슨 목적으로 창조했단 말인가? 태초 이래 인가의 시각이 신의 창조물 중에 일부만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그 많은 여분의 것들(자연의 시야 너머에 있는 그 많은 것들)은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걸까?

눈으로 보이는 것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와 현미경이나 광학 유리로 보는 세계는 다르다.

시각을 잃은 사람들은 더 많은 감각으로 세상을 '본다'

그저 눈으로만 보고 마는 비시각장애인들보다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걸 느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1차원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들을 그들은 3차원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누가 더 많이 볼 수 있는 걸까?

 

비시각장애인의 고정관념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생각과 느낌마저도 비시각장애인들에게 맞춰야 한다.

모든 표현이 비시각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그저 무시되기 일쑤니까.

 

'눈멂' 그리고 '봄'

이 책에 인용된 문학작품 속 눈멂 들을 읽어가는 시간은 이미 읽었던 내용이지만 다르게 느껴진다.

저자 리오나 고댕은 비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게 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비시각장애인들이 가진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변화되어야 하는 시점인 거 같다.

우리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온 감각으로 느끼는' 그들보다 우리가 더 우월할 수 있을까?

 

눈은 다치기 쉽다.

그리고 눈은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

좌우 1.2의 시력으로 세상을 보다 이제는 흐릿하고 뿌옇게 번지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말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는 단지 본다는 그 이유로 그 너머의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온 감각으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거기 눈을 심어라>라는 제목은 내겐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의 마음에, 고정관념에, 진부한 표현들에 '보는 눈을 심으라'고...

 

새로운 시각이란 시각장애인들의 '봄'을 그들만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눈멂'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해 <거기 눈을 심어라>를 읽어 보면 좋겠다.

책을 읽고 나면 제목이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활자가 커서 '노안'에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 책의 활자 크기도 보는 눈에 대한 배려인 거 같아서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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