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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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간범, 살인범 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동안 교도소에서 썩고 있는 결백한 사람들을 짊어지는 일을 자처한다. - 21p

 

수호자 재단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의 누명을 벗기고 그들의 자유를 수호하는 비영리 단체다.

자신이 배심원으로서 유죄 판결을 내린 사람이 알고 보니 누명을 쓴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 비키 골리가 자신의 회사를 조카들에게 팔고 그 돈으로 수호자 재단을 세웠다.

컬런 포스트.

그는 한때 변호사였다. 그러나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일에 환멸을 느낀 그는 법정에서 뛰쳐나온다.

신경쇠약으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던 포스트는 이혼을 하고 신부가 된다.

그리고 그에겐 수호자 재단을 통해 죄 없이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제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혀 있는 걸까? 죄를 지은 사람들 대신!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포스트와 수호자 재단이 퀸시 밀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한 노력들을 따라가다 보면 공권력이 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작은 마을의 실세.

정의를 위해 일하는 '척' 하지만 뒤꽁무니로는 마약을 유통하고, 마약을 들여오기 위한 일들을 눈감아 주고, 그들을 비호해 주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무소불위의 자그마한 권력에 도전하지 못한다.

무언가를 눈치챈 척도 못한다. 그랬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으니까.


모두가 알면서도 모두의 눈을 가렸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머리 좋은 누군가 있습니다, 포스트 씨. 당신은 기적 없이 이 범죄를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 121p

 

 

22년 전 백인 변호사를 죽인 흑인 운전사 퀸시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플래시.

그의 자동차에서 발견된 플래시엔 혈흔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묻어 있었고, 증인으로 불려 나온 사람들 모두가 거짓말로 위증을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물인 플래시는 보관 창고가 불이 나는 바람에 사라지고 없다. 사진으로만 남은 플래시의 혈흔처럼 보이는 이물질 때문에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은 퀸시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이제 그때 퀸시를 범인으로 만든 사람들은 죽거나,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은퇴의 삶을 살고 있다.

그때 위증을 했던 자들 역시 자신들의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포스터는 퀸시의 누명을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퀸시의 누명을 벗기는 이야기지만 수호자 재단에서 맡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퀸시의 자유를 향한 희망이 되어 준다.

포스트의 시각으로 설명되는 이야기는 담백하고 결정적이다.

 

 

뭔가 격정적인 액션이 가미되었다면 이야기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포스트의 시선으로 이야기되는 과거와 현재의 일들이 담담하지만 현실처럼 다가오기에 나는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천천히 죄어오는 스릴러의 맛

입안에서는 밋밋한 맛이었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진득한 맛

<수호자들>은 두리안 같은 맛이 난다.

 

 

지독한 냄새를 참고 인내하면 천상의 맛을 얻게 되는 두리안.

<수호자들>의 이야기가 그런 맛이다.

 

 

교도소는 갇혀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악몽이나 다름없다. 특히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에게 교도소는 일정 수준의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투쟁해야 하는 장소다. 결백하다는 증거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감방을 나갈 수 없는 사람은 말 그대로 미칠 지경일 터다. - 249p

 

 

끝없는 기다림.

잘못된 판결이었다는 증거가 나와도 자신들의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려는 공권력.

죄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보류 상태에 두는 시스템.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기다림.

 

 

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일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만

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고 그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시간은 한없이 늘어지기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 모든 게 수호자 재단의 책임일까? 우리가 그의 사건을 맡지 않았더라도 그는 결국 여기 누워 있게 될 운명이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자유를 향한 꿈과 우리의 그를 돕겠다는 열망이 그를 목표물로 만들고 말았다.

나는 양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운다. - 325p

 

 

포스트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퀸시는 점점 위험해진다.

그의 누명이 벗겨지는 걸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퀸시는 감옥에서 공격을 받고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간다.

목숨이 위험해진 퀸시는 누명을 쓴 채로 죽게 될까?

 

 

퀸시를 감옥에 보낸 이들은 모두 잘 살고 있다.

넘보지 못할 부를 이루고 사는 사람.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

무언가를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살려는 사람.

그들을 설득해가는 포스터의 모습은 그가 성직자이면서 변호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의 삶이 없는 포스터.

누명을 쓴 사람들을 의뢰인으로 둔 그는 늘 아무것도 지니지 않으려 한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바퀴가 달아버린 자동차 한 대뿐이다.

수호자 재단 역시 경비를 댈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하지만 퀸시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길 승산이 있어 보여서 덤벼드는 힘 있는 법조인들에겐 상당한 수수료가 남는다.

 

 

이 모든 게 현실이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앞에서 웃픈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수호자들>

 

 

하지만 <수호자들>을 읽으며 세상을 움직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꾸준히 유대감을 쌓아가는 프랭키의 모습과 자동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백방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쏟는 포스터와 수호자 재단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힘을 보태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정의를 살려내는 과정이 <수호자들>에 담긴 힘이다.

 

 

노련한 이야기꾼 존 그리샴은 세상의 부당함과 그 부당함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려냈다.

나쁜 마음들이 작당한 일은 결국 좋은 마음들이 작당한 일을 이기지 못한다.

어딘가에서 나는 '무적'이야!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죄 있는 자들에게 존 그리샴은 들려주고 있다.

'무적'의 삶은 없다는 것을.

'무적'으로 살아온 만큼의 시간 이상의 고통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수호자들>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프랭키의 숨은 활약과 포스트의 강단과 비키와 메러디스의 솜씨를 더 보고 싶다.

그들은 좋은 마음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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