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세트 - 전2권
오세영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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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년 8월 3일

안토니오 코레아

 

 

유승업.

안토니오 코레아가 베니스공화국 시민이 된 날이다.

칠천량 해전에서 일본군에 포로로 잡혀 일본으로 향해야 했던 승업.

개성상인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명이와 단란한 삶을 살았던 승업은 어느 날 몰래 염탐을 하러 온 일본군에게 가족이 몰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후 친척에게 거둬져 상인의 일을 배웠으나 전쟁이 터지고 나라가 어수선하자 군인이 된다.

그렇게 전쟁에 참가했던 승업은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간다.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 바랐던 그였지만 승업의 운명은 그를 멀리로 이끈다.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승업을 눈여겨보았던 스님의 도움으로 그는 프란체스코 카를레티라는 이탈리아인의 노예가 되어 일본을 빠져나간다.

 

 

카를레티와 스테파노 신부의 도움으로 베니스에 정착하게 된 안토니오는 스테파노 신부의 가업인 델 로치 상사에서 일하게 된다.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글도 배웠던 안토니오는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잡는다.

베니스공화국은 유리로 유명한데 교황청에 유리 납품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유리 납품에 안토니오가 참여하게 된다.

 

 

승업아. 거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상인으로 자격이 없다. 그리고 상대의 이익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래의 이익이 윗길이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신의다.

 

 

예상보다 빠른 승진에 뭔가 찜찜함을 느끼던 안토니오의 예감대로 유리 납품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베니스공화국은 교황청에서 파문을 당하고 만다.

메디치 가문과 바르베니 추기경의 세력을 등에 업은 아카데미아 델 치멘토가 유리 납품권을 따내기 위해 공작을 펼치고 있었다.

사면초가에 처한 안토니오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승부수를 띄우는데...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그림 한 장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실제의 역사와 상상의 이야기를 잘 접목시킨 이야기는 개성상인의 배짱과, 결단력,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진짜 안토니오 코레아의 삶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600년대에 베니스공화국에 살았던 실존 인물의 삶을 이렇게 멋지게 그려낸 것은 팩션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시련보다는 운이 좋았던 안토니오의 삶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쟁쟁한 이름들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읽으며 유럽의 역사와 함께 그들의 무역관계도 공부한 느낌이다.

상상이기에 그럴 수 있겠지만 전 세계 곳곳에 우리나라 사람이 없는 곳이 없는걸 보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오래전부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먼 길을 떠난 누군가가 존재했고, 그 누군가가 겪었던 시련들이 떠올라서 짠한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라도 오래전 먼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삶을 유추해 보는 시간이 좋았다.

타국에서 외로웠을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토니오 코레아가 한국인으로서, 개성상인으로서 스스로의 위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일구어 모습.

어디에서든 부지런하고, 열심히 배우고, 자신의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사실.

그들로 인해 새로운 뿌리를 내리게 된 핏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렇게 소설로나마 그들의 멀고 먼 여정을 그려볼 수 있어서 애틋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마당이오. 그렇다면 상사가 살아남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총지배인을 기념해서 코레아 캄파넬라 상사라고 정하는 것이 어떻겠소?"

코레아 캄파넬라 상사!

그 말을 듣는 순간 안토니오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혈혈단신으로 베니스로 와서 베니스 제일의 무역상사 총지배인이 되었고, 이제 자신의 성을 상사명으로 쓰게 된 것이다.

 

 

초판이 나오고 30년이 되었다.

원래의 이야기에서 현대 상사맨의 이야긴 덜어내고 안토니오 코레아의 이야기만을 살렸다.

혈혈단신으로 이탈리아까지 가서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안토니오 코레아.

안토니오의 이름이 상사명이 되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이 더 벅차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은 <베니스의 개성상인>

그때보다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아는 나이여서 그런지 실존 인물이었던 안토니오 코레아의 삶을 더 응원하게 된다.

나라면 그처럼 그 먼 타국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루벤스를 불러 자신의 초상화를 남길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던 그림 속의 남자.

그 그림이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주길 바라는 안토니오들의 간절한 마음이 닿아서였던게 아닐까.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고국을 떠났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로 조국에 되돌아왔다.

그들의 영혼이 안토니오 코레아를 통해서 편안한 안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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