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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영혼에 살인이라는 짐을 지고도 잠이 왔다!
윌북의 호러 컬렉션 세 번째 이야기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25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읽기는 젤 먼저 시작했는데 젤 나중까지 읽어야 했다.
모든 이야기에 죽음이 담겨 있었다. 마치 죽음이 해결해야 할 숙제인 거처럼...
얼마 전 보았던 영화 <페일 블루 아이>가 연상되었던 <어셔가의 몰락>을 시작으로 기이하고 섬뜩하며 오싹한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에드거의 이야기엔 살인자들이 모처에 도사리고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악랄함이 모자라다. 완벽하게 시체를 처리하고도 스스로를 못 이겨 자백 아닌 자백을 한다.
그러나.
자신을 놀려먹고 골탕 먹이는 친구(?)에게 복수하려는 자의 반격은 끔찍하다. 대체 그 아몬티야도가 뭐길래 아무런 의심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따라갔을까?
지구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 그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유령이었나? 아님 병 속에 수기를 넣어 보낸 이가 유령이었나?
초자연 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인간의 잔인한 면을 엿보았으며,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생각했던 작가 에드거 앨런 포.
병약했던 그의 삶이, 아니면 기억에도 없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실종과 어머니의 죽음을 묵도한 그의 일생은 늘 죽음과 함께 죽은 영혼들을 그리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작품을 통해 에드거는 스스로를 죽이고, 죽은 사람들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한여름 밤의 꿈처럼 덧없었다.
자기 자신의 분열된 모습을 마주했던 윌리엄 윌슨처럼 그도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을 거 같다.
나는 포가 죽고 싶은 자신과 살고 싶은 자신을 저울질하며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갔다고 생각한다.
그의 갈망이 글 곳곳에서 유혹하고 있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못하게 만든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는 어릴 때 읽었던 것과 조금 다른 기억이었지만 공포스러움을 일깨우는 데는 어릴 때 읽었던 순한 맛(?)보다는 더 끔찍한 맛이었다. 내게 검은 고양이는 곧 복수의 화신이라는 공식을 남겨 주었던 <검은 고양이> 는 읽을 때마다 인간 본성의 잔인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짧은 이야기들이라 호로록~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그건 글 속에 담긴 섬뜩함이 이야기를 몰아서 읽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병약했던 에드거 앨런 포의 머릿속에 담긴 이 이야기들은 어쩜 그의 병약함을 더 가속화 시켰는지도 모른다.
죽음, 유령, 부활, 살인, 복수, 고문, 기이한 현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면 글로 써 내려갈수록 화수분처럼 이런 이야기들이 생성됐을 것이다.
그 덕에 우리가 장르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발전시킨 공포문학의 세련됨을 즐기고 있을 수 있는 셈이다.
내 머리 위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품은 추가 서서히 허공을 가로지르며 내려오고 있는 중인 거 같다.
갑자기 온 사방의 벽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거 같고
철로 만든 사각 방을 서서히 달구는 붉은 눈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남긴 잔상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 같다.
이 지워지지 않는 느낌들은 내 삶에서 어떻게 표현되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들었다.
포의 작품들 속 현실은 어쩜 '거울 속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