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소도시 디어필드.
그곳에 디엔에이믹스라는 기계가 설치됩니다.
DNA로 가능한 신분을 알려주는 기계죠.
심심풀이로 그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은 기계가 토해낸 결과지에 적힌 '가능한 신분'을 확인하고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을 갈망하게 됩니다.
수영 선수라고 써진 결과지를 받은 이는 마당에 수영장을 파기 시작하고,
목수라고 써진 결과지를 받은 이는 학교 교장직을 때려치웁니다.
카우보이라고 써진 결과지를 받은 이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차고에서 올가미를 던지며 시장이라는 직함을 던져버립니다.
인기 있는 재즈 뮤지션은 마술사가 되죠.
여기에 자신의 DNA에 담긴 가능한 신분을 확인한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걸 보면서도 흔들림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휘파람을 멋지게 불고, 트럼본 연주를 배우며 열심히 역사를 가르치는 더글러스.
그는 사람들이 흔들리는 이유를 알 수 없죠. 자신은 그런 기계가 토해내는 말을 믿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아내와 이제 마흔 고지를 앞두고 있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행복만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던 길에 그만 아내의 디엔에이믹스 결과지를 보고 맙니다.
아내의 가능한 신분은 무려 '왕족'이었어요!
어쩐지 요즘 아내가 예민해져 있기에 조심스러웠는데 이것 때문이었네요!
2달 전 쌍둥이 형 토비를 사고로 잃은 제이컵.
아빠는 카우보이가 되고 싶어 하고, 형의 여자친구였던 트리나는 이상하게 접근해오고 마치 그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더 있다는 듯이 행동을 합니다.
트리나는 제이콥과 토비를 헷갈려 하는 걸까요?
이 와중에 마을에 200주년 기념 파티가 벌어지려고 합니다.
큰 행사를 앞두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고, 축제를 이용해 자신의 복수극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축제에 디엔에이믹스를 광장에 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속셈을 가진 사람도 있죠.
하나뿐인 조카 트리나의 방황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피트 신부의 고뇌는 깊어가고
행복했던 결혼 생활에 찬물이 끼얹어진 더글러스.
이들은 어떻게 앞으로 닥칠 위기를 모면할까요?
<마이 선샤인 어웨이>의 감동을 알기에 지극히 평범하고 의미심장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남기는 작가의 필력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소제목이 특이해서 노래 가사인가? 생각했는데 맞았습니다.
존 프린의 노래 제목과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존 프린을 검색해서 노래를 들어보니 편안하고 좋네요^^
다들 예상치 못한 신분을 받아들고 당황하는데 만약 현재의 내 모습이 그대로 결과지에 적혀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 예기치 못한 감정들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는 읽어 갈수록 긴장되고, 사람들의 감정들에 전이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이야기와 곧 벌어질 이야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죠.
정말 M.O. 월시의 글은 끝까지 읽어야 감동이 응축되어 몰아칩니다.
좋은 작가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죠.
판타지 한 이야기에 평범하게 자기의 인생을 만족하며 살던 사람들에게 들끓기 시작하는 욕망과
이제라도 내게 주어질 수도 있었던 인생을 살아보려 하는 발버둥을 보면서 지금 내 모습을 점검해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애플TV가 드라마화 한다니 눈독들일만 합니다^^
디엔에이믹스가 우리 동네에 생긴다면?
저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결과지를 얻게 돼도 만족하지 못할 거 같거든요..
현재에도, 어쩌면 되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세계도.
가장 잘 사는 방법은 바로 지금 내 몫에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거라는 걸 <빅 도어 프라이즈>가 보여주니까요.
운 좋게 얻은 큰 선물은 바로 지금의 '나' 그리도 지금의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