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장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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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베어가고, 옻나무는 쓸모가 있어서 [사람들이] 잘라간다.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음의 쓰임을 알고, 아무도 쓸모없음의 쓰임을 알지 못한다.

 

 

공자왈, 맹자왈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양 배워온 내게 장자는 이름만 아는 사람이었다.

이 책이 나를 끌어당긴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읽으면서 올해 <장자>를 만나게 된 것이 '특별한 행운'이었다는 걸 느낀다.

마음에 짐이 좀 내려지고, 생각의 무거움이 가벼워지고,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 여유가 생긴다.

이런 마음은 독자뿐 아니라 이 글을 옮긴 김원중 교수의 글에도 나와있다.

 

이번 <장자> 작업을 하면서 나는 전에 없이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

장자 서문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세상에서 살아왔다.

항상 목표가 있어야 했고, 항상 대의명분이 중요한 덕목이었으며,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던 시대는 지나갔다.

21세기 팬데믹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관계의 매달림보다는 관계의 단절을 택했고,

대다수의 의견에 묻어가기보다는 나만의 의견을 원하게 되었고,

대의를 위해 나를 희생하기보다는 나만의 무엇을 찾고자 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대의 가치관에 <장자>가 있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구하는 것만 알고, 자신이 이미 아는 것을 구하는 것은 알지 못하며, 모두 좋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것만 알고, 자신이 이미 좋은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은 알지 못하니, 이 때문에 크게 어지러워진다.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모습 그대로

 

나비가 나인 듯, 내가 나비인 듯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것.

내실을 기하는 것.

있는 그대로를 보아주는 것.

 

상대의 말에서 항상 뒤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의심하고, 넘겨짚고, 상상하는 시대에서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고, 믿고, 본다.

 

나 있는 그대로를 알아주는 친구 앞에서는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다.

나 있는 그대로를 알아주지 않고 항상 뒤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내가 그렇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말이 많아지고, 때론 변명도 하며, 어느덧 거짓도 거리낌 없이 말하게 된다.

문어발식의 인간관계보다는 한두 명이라도 알차게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음주 가무에 절여져서 살기보다는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마련한다.

내 시간, 내 공간, 내, 생활이 중요하듯 남의 시간, 남의 공간, 남의 생활도 존중한다.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욕심보다는 이미 있는 것으로 안정을 취하는 세상.

 

남들 위에 서야 성공한 거라 생각하는 세대에서

내가 가진 것들에서 안락함을 지향하는 세대로의 교체.

장자는 그동안 공자가 지배했던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33편의 우화들은 800페이지가 넘지만

번역과 원본이 함께 들어있고, 깨알 같은 주석들이 담겨있어 페이지가 많다.

각 장마다 김원중 교수의 해설이 담겨있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려울 거 같았던 <장자>에 대해 괜시리 겁을 먹었음을 알게 되고

마음의 속박이 풀어진 느낌이다.

알게 모르게 공자사상에 매몰되어 허우적대다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 기분이랄까?

 

말로만 세상의 이치를 깨친 이들의 말과

세상의 본질을 깨친 이의 말은 다르다.

지식만 있고 인성이 없는 사람의 말과

인성을 갖춘 지혜로운 자의 말은 다르다.

 

남들 눈에 좋게 비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느라 내 마음이 어떤지 돌보지 못하면서 살았다면

이제는 남들 눈은 신경 끄고 내 마음을 돌보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장자>를 MZ 세대의 트렌드라고 썼다.

<장자>의 생각들이 오랫동안 허공을 떠돌다 이제야 세상에 안착하려는 참인 거 같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사는 거 같은 MZ 세대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다.

오늘을 잘 살아야 좋은 미래가 만들어진다는 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내밀하게 살아가는 그들은 주변을 살피고, 세상의 변화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 가는데 자신들의 실력을 다하고 있다.

윗 세대가 성공을 위해 가속도를 높이며 세상을 험난하게 만들었다면 아래 세대들이 가지는 가치관은 세상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환경을 위해 에코백을 매고, 일회용 컵보다 자신의 컵을 가지고 다니며, 동물보호를 위해 모피를 멀리하고, 버려진 쓰레기들을 재활용하는 패션을 선호한다.

사람들이 외면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줄 알고, 부당함에 대해 묻어가지 않고 항의한다.

 

작은 것을 실천하며 사는 삶.

소확행을 즐기며 스스로의 만족도를 일구어 가는 삶.

워라벨의 삶.

 

<장자>를 읽으며 마음의 짐이 내려진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것을...

맞지도 않은 허접한 잣대로 견주었으니 마음이 늘 불안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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