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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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가 신주쿠에 있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호텔에서 살해되었다니.... 게이코라면 바로 방금 전까지 이 카펫 위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죽였다. 이 손으로, 이 침실에서 내가 죽였다.

 

 

2페이지 만에 렌조 미키히코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백광>의 여운이 오래 남아 이번 신간 <열린 어둠>도 기대하며 읽었다.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읽는 내내 비가 내리는 거 같았다.

다만 이렇게 멋진 이야기가 페이퍼북처럼 나왔다는 게 아쉬울 뿐.

 

<두 개의 얼굴>

두 명의 게이코.

한 명은 내 집에서 내가 죽였는데, 또 한 명은 신주쿠의 허름한 호텔에서 누가 죽였지?

 

<과거에서 온 목소리>

아이를 납치한 범인을 놔 준 신참 형사

자신도 어릴 때 납치당한 적이 있었다. 그놈에게!

그런데 왜! 범인을 놔준 걸까?

 

<화석의 열쇠>

하반신 마비가 온 소녀를 누군가 죽이려 했다.

그날 마침 집 열쇠를 바꾸는 바람에 열쇠는 모두 관리인이 가지고 있었다.

범인은 어떻게 그 집에 들어갔을까?

왜 소녀를 죽이지 못했을까?

관리인은 자기 아들을 의심하고, 아들은 관리인을 의심한다.

그러나 진범은?

 

개를 닮은 슬픈 눈빛의 남자는 이 주일 전 토요일 오후, 나에게 조사를 의뢰하러 온 게 아니라 조사를 당할 수 있도록 의뢰하러 왔던 것이다.

 

 

<기묘한 의뢰>

지조 없다. 흥신소 직원.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 의뢰를 받고 아내를 미행하던 흥신소 직원

그러나 되려 미행했던 아내에게 남편을 미행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미행의 끝은?

 

<밤이여, 쥐들을 위해>

이런 슬픈 반전을 보았나!

그러나 알고 보면 아주 오래 준비한 치밀한 반전이었네!

 

<이중생활>

별 매력 없는 남자가 두 여자와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여기도 부인 저기도 부인.

찐 부인은 누구?

그녀의 복수는 성공했을까?

 

<대역>

정말 대 반전을 준비한 이 소설의 백미.

나랑 똑 닮은 남자를 내 대역으로 쓰려 했다.

그런데 왜 내가 대역인 느낌이지?

 

<베이 시티에서 죽다>

배신의 끝은 죽음?

그러나 뭔가 개운하지 않고, 시원하지 않다.

교코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 바보,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다니...

 

 

<열린 어둠>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단편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뭘 증명하려고 그랬을까?

한국 사람 감성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일본 사람 감성으로는 그럴 것도 같은 그런 이야기.

 

비슷한 설정으로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전혀 다른 작품.

치밀하게 짜인 복선.

반전이 있을까? 싶은데도 불구하고 반전스러운 9편의 이야기.

 

렌조 미키히코의 특기는 별거 아닌 뻔한 이야기를 정말 뻔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복수, 질투, 의심, 배신, 교묘함이 어우러진 <열린 어둠>

정말 어둠 속에서 한 편, 한 편 길어올린 거 같은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묘미를 아는 작가가 쓴 글엔 군더더기가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아무렇지 않게 펼쳐 놓는 작가의 필력이 매력 있다.

짧은 글에서 반전의 쾌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환불이벤트 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읽고나면 환불하고 싶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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