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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수첩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2월
평점 :
모든 입사식에서 공통된 성격은 신입회원에게 어떤 종류의 공포심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공포감을 잘 견딘 자는 완전히 다른 인격이 되어 신세계에서 다시 태어난다.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마치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의 책은 말 그대로 비밀 결사에 대해 쓴 책이다.
말하자면 지구상에 알려진 온갖 비밀 결사 단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의 놀이에서 이미 우리는 비밀결사의 세계에 있다.
비밀결사 가입자들이 하는 입사식은 하나의 '놀이'라고 이 책은 전하고 있다.
'비밀'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뭔가 특별해지는 게 있다.
그래서 비밀단체, 비밀 클럽 등은 신입들에게 가혹한 신고식을 치르게 한다.
그 신고식에서 얻게 되는 공포심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달라 보이게 만든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는 비밀결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의 역사엔 왜 이런 비밀결사 단체가 있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는 아마도 획일화되고, 프레임에 갇힌 세상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부당함을 알리고, 갇힌 세계에서 벗어나려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닿아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세에는 중세적 관념에서 벗어나려 했던 '여성'들에게 '마녀'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들을 화형 시켰다.
남자들 보다 똑똑하고, 남자들이 씌워놓은 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던 여자들을 '마녀'로 통칭해서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디오니소스는 원래 그리스 고유의 신이 아니었다.
디오니소스는 기원전 8세기 이후, 그리스 신들 무리 속에 포함되게 되었다.
고사와 재생의 신, 풍요의 식물신이었던 디오니소스.
이 풍요의 신을 기리던 축제는 '바카이'로 불리는 여신도들의 광란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동물이나 어린아이들을 갈가리 찢어 생육을 했다고 전해진다는데 정말일까?
부두교들이 자신들을 올바른 그리스도교 교도라고 믿고 있다면?
부두교의 좀비는 진짜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가사 상태로 구덩이 안에 매장되었다가 다시 끌려 나온 것이다.
부두교엔 '에르줄리의 배'라는 바다 제사가 있다. 모형 배에 다양한 제물을 싣고 먼바다를 향해 띄워 보내는 의식이다.
종교에는 원시 때부터 있었던 의식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세대가 거듭되면서 형식과 관습에 치우치는 경향이 커졌고,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들이 외면받았을 뿐.
그 형태는 거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밀결사들은 아마도 그런 외면받은 것들의 원형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결과가 아닐까?
책을 읽으며 영화나 소설들에서 다루었던 여러 가지 비밀단체들에 대한 공부도 되었다.
서양 문물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비밀 결사 단체들의 이야기는 창작물의 소재로 쓰이기 딱 좋다.
추리, 스릴러, 공포물들에 쓰인 비밀 단체들에 대해서 거의 빠짐없이 담아 놓은 책 <비밀결사 수첩>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프리메이슨, KKK, 장미 십자단, 악마 숭배, 마술 서클 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의 집합체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단체들에 대한 뒷배경이나, 만들어진 이유, 이어져 내려오는 이유들이 담겨 있어서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재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연식이 오래된 것이라 현재의 상황과는 다른 경우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1960년대에 쓰인 것을 지금 옮겨왔으니 시대상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그래도 '비밀단체'를 좋아하거나 서양의 장르소설을 탐닉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다양한 소재들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다빈치 코드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담긴 많은 비밀 단체들을 섭렵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