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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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을 하건 반 발짝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손쓸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결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 목숨 보다 소중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모두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이 대책 없는 희생은 와닿지 않았다.

 

일본 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참 이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다.

덤덤하고 담담하게 이어지는 감정과 생각들이 슴슴하게 진행되다가 덜컥 클라이막스에서 터져 버리면 반발심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체념하듯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뒤늦게 그 느낌들이 자꾸 새로운 생각들을 불러온다.

 

이 이야기는 결혼식 장면에서 시작한다.

한참 신혼의 단꿈에 젖어들 무렵 아내 미노리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주인공이 있다.

아내의 죽음은 뇌혈관이 막힌 것인데 오래전 당한 사고의 후유증 같은 거였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졌던 주인공은 아내를 살리기로 결심한다.

그에게는 어느 날 사고 직전에 구해준 '신'에게 받은 능력이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이 능력을 사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었는데 그것은 사용한 시간의 5배에 해당하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아내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중학교 시절로...

 

주인공의 시점과 아내 미노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독자는 생각지 못한 반전과 마주치게 된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잔잔한 이야기 앞에서 도대체 끝을 어떻게 맺으려고 이러지? 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의 선택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마음이 시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게 최선입니까?" 라고 묻고 싶어졌다.

 

행복에 대한.

희생에 대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들이 다른 각도로 보였다.

 

대책 없는 희생이었다는 생각 뒤로 그렇기에 진정성이 있다는 마음이 든다.

나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나는 그걸 가치있게 쓸 수 있을까?

나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면 나는 그 능력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죄책감 없이?

두서없는 질문들이 마음에 넘친다.

답을 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남겨진 이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최선의 보답이라는 걸 알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 목숨을 잃어도 좋을 사랑을 하고 계시나요?

내 주위 모두에게 물어 보고 싶다.

그에 대한 답은 모두의 가슴에 묻어두는 걸로 하고.

나 역시 내 답을 마음에 묻는다.

모든 것은 눈앞에서 벌어져봐야 알게 되기 때문에...

 

추운 겨울

어딘가 한 군데라도 따뜻해지기 바라는 마음들이 읽어 보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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