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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단상 ㅣ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서제인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평점 : 
슬퍼하다 보면 때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이제 당신은 충분히 슬퍼했다고 결론 내리고 그 슬픔을 빼앗아가려 하는 때가.
최악의 일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안도감이다.
세라 망구소.
익숙한 이름인데 읽어 본 적 없는 작가다.
작가의 사진 속 모습도 익수하지만 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런 느낌 때문일까.
책 속에 담긴 모든 글들이 익숙하다. 그리고 그만큼 경계에 서 있다.
<300개의 단상>
짤막한 글에서 새로운 것들을 느낀다.
단편적인 글에서 온갖 감정들이 밀려온다.
시집처럼 얇고 작은 책에 담긴 사유들은 깊고, 다양하고, 묵직하다.
자신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도 모르게 나에 관한 정보를 미친 듯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그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지닌 최악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일 때의 문제는 그 모습을 남들이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기억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살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전달받은 감정들의 집합체.
<300개의 단상>
당신의 반려동물은 당신이 어떤 인간 반려자를 찾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당신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당신이 아는 최고로 호감 가는 사람이 소시오패스일 수도 있다.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친구와 어떤 관계가 될지는 선택할 수 없다.
피해자의 근처에 발자국을 남겨놓는 가해자보다는 자신이 운 좋게 들키지 않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가해자가 더 많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아무것도 묻지 마라. 그저 듣기만 해라.
익히 알고 있는 뜻도 이렇게 활자화해서 만나게 되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라 망구소의 단상들은 그녀의 일상이고, 그녀의 생각이고, 그녀의 떠오르는 찰나이지만
그걸 읽고 있는 나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상들에 나를 대입해 본다.
내가 어느 날 느꼈던 감정들, 상황들, 이유들이 곳곳이 포진해 있다.
나는 글로 남기지 못했던 것들이 세라 망구소의 글들로 끄적여져 있었다.
세라 망구소가 쓴 하나의 단상이 바로 나의 단상이 되는 순간이 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삶에서
다른 시선 속에서
나의 경험을 찾아 누리는 시간.
<300개의 단상>
생각 없이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세라 망구소의 단상들을 빌려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