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평점 :
다른 이들이 바라는 내 모습, 그들이 알고 있는 내 모습은 실제의 나와 다르다.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소설이다.
그러다 훅~ 뒤통수를 맞았지만.
<<하이터치! 핵인싸의 초-리얼 스쿨 라이프>>라는 유치한 제목의 소설을 쓴 대학생 모도리노.
그러나 웬걸? 꽤 인기가 있어서 출판사에서 깍듯한 대접을 받고 있는 모도리노.
그에게 친척 할머니의 집 '버찌관'을 관리할 기회가 주어진다.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먼 친척 할머니의 집은 낡았지만 아주 운치 있는 집으로 모도리노는 그곳에서 혼자 생활하며 소설을 쓰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곧 불청객이 찾아온다.
할머니의 친 손녀라고 밝힌 10살짜리 리리나.
졸지에 낡은 집과 10살짜리 아이를 돌보게 된 모도리노.
그러나 이상하다. 이 10살 꼬마 리리나의 말투와 표정 등이 왠지 낯설지 않다.
뭔가 익숙하고 아련한 느낌이 자꾸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버찌관에 있는 양벚나무는 다른 벚나무 보다 늦게 꽃이 핀다.
벚꽃이 만발할 시기에 하얀 거품처럼 생긴 꽃봉오리만 맺혀 있는 벚나무.
그 아래서 모도리노는 리리나와 함께 상상의 꽃놀이를 한다.
까다로운 리리나의 투정을 받아주며 나름 아빠처럼, 오빠처럼 적응해가던 모도리노.
병원에 있던 할머니의 퇴원 소식이 전해지고 리리나는 모도리노에게 진짜 꽃놀이를 가자 한다.
근처 공원으로 벚꽃놀이를 하러 간 모도리노와 리리나.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모도리노의 추락 사고였다.
'설마 나를 떠민 사람이.... 리리나?'
리리나가 나를 싫어했다?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고 싶을 만큼? 그건 말도 안 돼!
하지만 리리나는 웃고 있었다.
마치 어리석은 인간을 내려다보는 마녀처럼 보였다.
생각 없이 읽었다.
뭐야? 10살짜리 아이가 자라서 연인이 되는 거야? 말도 안 돼.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마녀라는 말이 나오는 거 보니 전생에 대한 얘기인가?라고도 생각했다.
저 리리나 정말 마녀였나 보네? 모도리노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니? 설마 저 벚나무 아래 무슨 시체가 나오는 거 아니겠지??라는 스릴러의 폐단도 나왔다.
그러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가서 가슴이 찡해진다.
이런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니!
일본 소설에 어울리는 트릭.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
꿈같기도 하고, 마법 같기도 한 이야기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그때 왜 손을 놓지 않았을까.
손을 놓았더라면.
손만 놓았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