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오피셜 뱅크시
알레산드라 마탄자 지음, 정다은 옮김 / Pensel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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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 날아가는 풍선은 소녀가 놓친 걸까요? 아니면 잡으려는 걸까요?

세상은 생각처럼 보일 뿐입니다.

정답은 없죠. 저 그림의 의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겁니다.

뱅크시는 그 어느 것도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 거 아닐까요?

 

 

이름만 알았던 뱅크시를 책으로 만났습니다.

철저한 익명꾼 뱅크시.

마탄자를 통해 뱅크시의 예술 세계를 따라갑니다.

 

뱅크시의 작품엔 쥐와 원숭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쥐는 세상 어디에나 있고, 재빠르며, 친숙합니다.

그리고 구석구석 안 다니는 곳이 없죠.

아마도 제 생각엔 뱅크시가 세상 구석구석 안 다니는 곳이 없고, 어디에나 있으며, 아주 재빠르다는 걸 은연중 표현한 거 같습니다.




경찰이 공권력을 대표하는 집단이라면 저 손가락의 의미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니들이 아무리 떠들어대고, 뭘 해봤자다. '이거나 먹어라!"

우리의 현재에 꼭 맞는 작품 같다고 전 생각했습니다.

 

 

뱅크시는 한 사람일 수도 하나의 단체일 수도 있습니다.

뱅크시의 정체는 이 글을 쓴 마탄자도 모릅니다.

뱅크시와는 메일로 인터뷰를 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답을 받죠.

마탄자 역시 다각도로 뱅크시를 연구하고 있지만 정체를 알지는 못합니다.

 

뱅크시의 작품을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예상치 못한 작품들과 마주합니다.

격정적이고, 파괴적인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그곳엔 뱅크시가 숨겨 놓은 위트와 유머와 풍자가 담겼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있자면 심각해지다가도 웃음이 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군인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소녀의 그림 다음에 반대로 소녀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군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게 바로 역지사지일까요?

그림이지만 속이 다 후련합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인생을 즐겨라





최근 죽음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뱅크시 역시 죽음에 대하 한 마디 합니다.

 

죽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에게 다가온다.

그러니 인생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사신의 얼굴이 스마일입니다.

왠지 친숙하니 덜 무섭네요.

죽음이 저렇게 찾아와 준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가뿐한 마음으로 따라나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15분 정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앤디 워홀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뱅크시 버전을 들어보실래요?

 

 

미래에는 누구나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다들 15분 만이라도 익명으로 지내길 원할 것 같거든요.

 

 

 

 

여러분은 앤디 워홀과 뱅크시 중 누구에게 한 표를 주실 건가요?

 

복면을 쓴 사람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던질 태세를 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떠오르는 손에 든 물건의 이미지는 대부분 위험한 무기일겁니다.

화염병, 수류탄, 돌멩이, 칼 등등 모두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물건들이겠죠.

사람을 상하게 하고, 세상에 위험한 파편을 남길 어떤 물건.

뱅크시의 복면 사내는 꽃다발을 들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 앞에서 누군들 미소 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뱅크시의 그림엔 세상을 향한 울분과 동시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 희망이란 누군가의 작은 실천이나 행동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들입니다.

모두가 꽃다발을 화염병이나 수류탄 대신 던진다면 그 꽃다발을 맞은 상대는 아마도 내내 아플 겁니다.

보이지 않는 비수로 인해 상처가 오래도록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라피티

거리의 예술가

익명의 예술가

뱅크시

 

그가 2022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표현한다면 어떤 작품을 남길까요?

저는 <언오피셜 뱅크시>를 보는 내내 이 생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담벼락에 뱅크시가 작품을 남겼다면 그건 내 것일까요?

뱅크시의 작품이 담긴 담벼락을 떼어내 팔 수 있을까요?

지저분하게 남의 집 담벼락에 누가 이런 걸 그렸어? 하고 그 그림을 지워버렸다면?

 

그 어떤 답도 정답이라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건 그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의 생각일 테니까요.

뱅크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걸 겁니다.

 

세상은.

세상의 모든 일은.

그것을 대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판단과 결단으로 정해지는 법이죠..

 

뱅크시와 만나는 동안 세상이 좀 더 살만해졌습니다.

그의 작품과 그의 의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저처럼 살만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분명 더 좋아질 테니까요.

 

여러분도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위해

이 겨울 뱅크시를 함께 만나 보시면 어떨까요?

아마도 저처럼 살만한 세상과 불온한 세상 사이에 놓인 뱅크시의 재치와 풍자와 유머를 맘껏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답답할 땐 뱅크시!

<언오피셜 뱅크시> 곁에 두고 자꾸 펼쳐 볼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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