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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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넷, 다섯 구의 시체. 내 무의식은 계속 그 수를 세면서 진실에 쌓인 더께를 긁어내는 미술품 복원 전문가처럼 우리의 우정을 긁어댔다.

 

 

10년 지기 친구.

가족보다 더 가까운 친구 에밀리와 크리스틴.

두 사람의 여행엔 스릴과 즐거움이 있다. 물론 위험도 있다. 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좀 과격하긴 하지만.

 

1년 전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매년 우리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의 자유를 만끽했다.

그해도 그런 여행이었다. 내가 성폭행을 당하기 전까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크리스틴이 나를 구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도와 시체를 처리했다.

나는 밀워키에 살고 크리스틴은 회사일로 호주에 있다. 그녀는 매일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고, 음식을 배달시켜주고, 몇 시간이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나를 돌봐줬다. 패닉에 빠졌던 나는 점차 일상으로 회복하고 남자친구도 생겼다.

 

첫 번째 살인이 벌어지고 1년 뒤 우리는 칠레로 여행을 떠난다.

칠레 여행에서 나는 남자친구 에런에 대한 얘기를 크리스틴에게 한다.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또... 이번엔 크리스틴에게 그 일이 생겼다...

나는 이번에도 시체 처리하는 걸 도왔다.

아니, 이번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아니 처리했나?, 이번에도 크리스틴이 하라는 대로 한 게 아닐까?

나는 더 이상 이런 비밀을 지키기 힘들어진다. 에런에게 더 이상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크리스틴이 이번엔 세계여행을 하자고 한다.

직장도 때려치우고 모아 놓은 돈으로 세계여행이라니!!!

 

미쳤니? 너랑 또 가게?

 

하지만 이번엔 반대다.

지난번엔 내가 공격을 당했기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번엔 크리스틴이 공격을 당한 거다.

내가 힘들었을 때 크리스틴이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니 나도 그래야 하는데...

크리스틴은 정말!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다!!!

나는 그녀가 무섭다. 그녀와 거리를 두어야겠다. 언제 시체가 발견될지도 모르는데 어쩜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지?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틴이 찾아왔다. 내가 걱정돼서 직장도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날 돌봐주려고 왔니? 나를 감시하러 온 게 아니고??

 

나는 크리스틴이 무섭다.

크리스틴은 더 이상 내가 아는 그 크리스틴이 아닌 거 같다...

그런데 지금은 크리스틴이 문제가 아니다.

 

 

시체가 발견됐다!!

 

게다가 그 남자는 가족이 있었다.

그 가족은 부자였고, 목격자에게 거대한 상금도 걸어놨다.

나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 모든 걸 밝히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정당방위를 가장한 살인.

보통은 남자에 의해 여자가 희생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감각해졌었는데, 여자들에 의해 남자가 희생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흡수되는 걸 느끼면서 이런 이야기를 갈망하지 않았나 싶다.

 

에밀리와 크리스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에밀리의 입장에서 보면 크리스틴은 살인자에 가스라이팅을 일삼고 집착이 강하다.

에밀리의 남친들을 모두 끊어냈고, 에밀리를 독차지했다.

알고 보니 크리스틴은 전적이 있었다. 어릴 때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이 화재로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또 하나 나에게 감쪽같이 숨긴 크리스틴의 절친 제이미.

내가 제이미의 도플갱어였다면? 제이미는 자살한 게 맞는 걸까? 아니면 크리스틴이?

수많은 의문점들이 크리스틴을 범죄자로 몰고 간다.

 

크리스틴의 말을 듣고 보니 또 다른 목소리가 그 부분은 거짓말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건 진짜 기억이 아니었다. 내가 얼기설기 이어 붙인 편집본이었다. 두뇌는 그런 것이 가능하다. 결말을 다시 쓸 수 있다. 자기 보존, 자신을 옳은 존재로 만드는 데 집착하는 우스운 기관이니까.

 

 

이야기를 읽다 보면 헷갈린다.

소시오패스에 가스라이팅에 살인자 기질이 농후한 크리스틴이 어느 한순간 전혀 무고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 모든 걸 크리스틴에게 덮어 씌우려고 작정하고 연약한 척하는 에밀리의 모습은 진짜인가?

친구는 유유상종이라는데... 둘 다 같은 과가 아닐까?

 

가스라이팅 당했던 사람이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마지막 줄을 읽는 데 소름이 돋는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끝나지?

상황 종료된 거 아니었니?

다시 시작인 거야?

이번엔 파트너를 바꿔서???

 

안드레아 바츠.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폭풍처럼 몰아간다.

명백하게 한 사람을 타깃으로 몰아넣고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또 다른 사람을 의심하게 만드는 솜씨가 좋다.

 

읽으면서 대입해 봤다.

나는 크리스틴과인가?

아니면 에밀리과인가?

 

당신의 성향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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