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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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이제 나 같은 늙은이의 말을 들을 사람은 어린아이 빼고는 없단다. 청년은 달라. 청년은 오로지 청년의 말을 듣게 마련일 거고, 그것도 가장 힘이 센 청년의 말을 듣게 될 거다."

 

어릴 때 <미래 소년 코난>을 만화로 보았다.

나중에 커서야 그 만화가 일본 만화라는 것을 알았고,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고 나는 <미래 소년 코난>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알렉산더 케이는 아버지가 KKK단에 의해 화형 당하고, 어머니가 의문사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고통을 SF 소설로 승화시킨 작가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은 제목에서조차 불안감과 부담감이 느껴진다.

 

세상은 신무기 사용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대홍수로 인해 물에 잠겼다.

코난은 스승님을 따라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던 중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홀로 표류하다 무인도에 정착한다.

5년이란 시간을 홀로 살아남은 소년. 코난.

그러나 그에게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마다 그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목소리.

그리고 라나가 있다. 코난이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는 라나.

그 라나가 보내준 갈매기들이 코난의 친구다.

그리고 코난이 믿고 의지하는 스승님이 어딘가에 살아계시다.

그것이 코난이 살아남은 이유다.

그리고 언젠가는 라나가 있는 하이하버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코난 앞에 어느 날 수색정이 나타난다.

 

신체제가 장악하고 있는 인더스트리아로 끌려간 코난은 그곳에서 이마에 낙인이 찍힌다.

노예처럼 이마에 찍힌 낙인은 인너스트리아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다.

튼튼한 육체를 가진 코난에겐 보트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라는 결정이 내려지고, 그곳의 책임자 패치 영감은 괴팍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하이하버로 가서 라나를 만나야 하는 코난은 인터스트리아의 노예로 잡히고 말았다.

대홍수로 인해 사라진 대륙.

겨우 남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들.

인더스트리아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다.

신체제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계급을 나누어 지배한다.

 

하이하버는 아이들의 나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은 아이들 중에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자신만의 무리를 지어 식량을 빼앗고, 권력을 갖기를 바란다.

 

기존의 세상이 멸망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도 인간의 권력에 대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가 힘을 합해서 무너진 문명을 재건해야 한다는 코난의 생각을 비웃듯 인더스트리아는 남은 자원을 독차지하고 계급을 나누고 차등을 두기 바쁘다.

하이하버에서는 머리가 큰 소년들이 반란을 꿈꾼다.





"그럼 또 뭐가 있겠소? 우리 각자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내면의 귀를 가지고 있는 거요. 물론 우리가 원한다면 말이오. 만약 우리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가 결국 그 귀를 들리지 않게 방치했기 때문일 거요."

 

 

신의 목소리는 곧 내면의 목소리다.

인간의 DNA에 탑재되어 있는 초능력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는 법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도록 배웠기에 사용할 수 없다.

스승님으로 불리는 브라이악 로아는 신을 빗대어 말하지만 결국 그가 말하는 신이란 인간의 능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발전시키려고 하지 않아서 사장된 능력.

 

작가 알렉산더 케이는 결코 환상을 심어주지 않았다.

어찌어찌 하이하버에 도착한 코난이지만 그를 맞이한 건 쓰나미였다.

덮쳐오는 쓰나미 이후에 세상은, 코난은, 라나는, 하이하버의 반란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결말도 남겨두지 않은 결말이 싱그롭다.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결말도 달라질 테니...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이전에도 분명 일어났던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단지 공상인지, 아니면 예언인지는 오로지 우리가 앞으로 하기에 달렸을 것이다.

 

 

공상이었던 이야기가

이제는 점점 예언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것 역시 인간의 선택지에서 생겨난 결과일 테지..

 

어릴 때 봤던 만화 영화가 대책 없이 희망적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역시 원작의 깊이는 읽어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겐 <미래 소년 코난> 보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이 훨씬 현실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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