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티샤 콜롱바니 저자, 임미경 역자 / 밝은세상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쯤 여행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거야."

살기 위해 떠나온 탈주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레나.

20여 년간 교사였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중 연인 프랑수아와 함께 가고자 했으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 인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레나는 고통을 조금은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호텔에서 두문불출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새벽 바다에서 조금씩 수영을 즐기게 되고 변덕스러운 바다로 인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빠진다.

그 새벽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던 소녀에게 구출된 레나는 말을 못 하는 소녀에게 글자를 가르치게 된다.

 

'헛발질이 될지언정 작은 걸음을 떼어놓는다는 건 커다란 의미가 있어.'

 

 

카스트 제도가 있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은 최하층민이다.

그 최하층 중에서도 여자는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

조혼으로, 강간으로, 노동력 착취로 아이들의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레드 브리게이드는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결성된 자경단체다.

자신을 강간한 남자에게 시집보내지기 전 도망친 프리티가 그곳에 단장이었다.

배움의 욕구가 강한 프리티에게 글자를 가르치던 레나 곁에 하나씩 둘씩 글을 배우려는 아이들이 찾아온다.

 

'삶이 한 줄 실오라기 끝에 매달린 듯 위태롭다고 해도 누군가 그 실을 잡아주면 되는 거야. 랄리타가 내 삶이 매달린 연줄을 잡아주었어. 그때부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아이와 강한 연줄로 이어져 있는 거야.'

 

 

천민들이 사는 곳에 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한 레나

그녀를 적극적으로 돕는 프리티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

영민함으로 레나가 가르쳐 주는 모든 것을 습득하는 랄리타

 

레나는 기다림의 연속인 관공서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 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상대하며 어렵게 학교를 세운다.

아이들에게 한 끼 밥을 먹이고, 글자를 가르쳐서 아이들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레나였지만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레나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다...

 

법보다 관습이 우선인 인도에서 조혼은 일상처럼 늘 있는 일이었고, 강간 역시도 늘 있는 일이었다.

강간을 당한 여자아이는 오히려 그 강간범의 아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월경이 시작되어도 패드 살 돈이 없어 헌 옷을 사용해야 했던 아이들. 그마저도 없었던 아이는 집안에서 월경이 끝날 때까지 바깥에 나오지 못했다.

초경이 시작된 여자아이에겐 결혼이 강요된다.

레나는 그렇게 소중한 제자 한 명을 잃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밤 자행되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로 향했던 레나에게 연결된 연줄 한 가닥.

그 연줄은 어떤 인연들을 레나에게 가져다주었을까?

 

인도의 계급 제도와 계급의 최하층에서도 최하위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 가슴을 답답하게 하지만

레나가 심어 놓은 하나의 씨앗이 여러 갈래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단지 사고로 연인을 잃었을 거라 짐작했던 프랑수아의 죽음이 뜻밖의 사건이었던 것도 이 이야기를 곱씹게 되는 부분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줄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겨온다.

레나와 랄리타 그리고 프리티로 이어지는 이 연줄이 현실을 벗어나 그들의 꿈과 희망으로 훨훨~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