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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최정순 지음 / 황소걸음 / 2022년 8월
평점 :
나비나 벌도 날개가 있지만, 훌쩍 왔다가 훌쩍 떠나는 새가 유독 자유로워 보이는 건, 그놈의 '훌쩍'과 '멀리'라는 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숲에 가보지 못했다.
작년까지는 아무 때라도 답답하거나 걷고 싶을 때면 동네 산을 올랐다.
사람 소리 없고, 차 소리 없는 숲에서 걷는 느낌은 온전한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늘 다니는 길보다는 매번 새로운 길을 선호하는 편이다.
길은 언제나 길로 이어져 있기에 어디로 들어서던 늘 되돌아올 여지가 있었다.
숲은 다르다는 걸 몰랐다.
숲에서는 한 발자국만 다르게 걸어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숲에서 길을 잃었다.
샛길 하나를 다르게 갔을 뿐이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겁이 나고 무서웠지만 되돌아갈 생각을 못 했다.
이미 길을 잃은 상태라 어디로 되돌아가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지나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그 길이 그 길 같았던 그때.
앞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오셨다. 얼마나 구세주 같던지...
숲해설가이자 산림치유 지도사의 숲 이야기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이야기 하나와 마음 치유 알음앓이, 그리고 숲 사진들이 책 한 권으로 마치 숲으로 여행을 온 느낌이 든다.
올해 숲에 가지 못한 것을 책으로 대신하라는 뜻일까?
커다란 일본목련 잎을 양손에 한 장씩 잡고 날갯짓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배시시 웃게 되는 열여섯
가장 힘들 때 나무에게서 위로를 받았던 열다섯
아기 다람쥐의 목숨을 살리려고 누룩뱀을 퇴치했지만 누룩뱀의 배고픔을 헤아려 위로의 말을 건네는 스물다섯
한철 시름 모두 벗어던진 겨울나무 옆 양탄자 위에 눕고 싶게 만드는 11월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는 서른다섯
죽을 곳을 찾아 기어가는 산제비나비와 이미 죽음이 된 두더지의 명복을 빌어주는 서른여덟
자기 일을 끝낸 쭉정이에게서 발견하는 쓸모에 대한 마흔둘
한 단락씩 읽으며 사색에 잠기게 하는 책으로 된 숲.
숲을 수호하는 나무는 그 명이 다하고 나면 이렇게 책이 된다.
숲이 책이고, 책이 숲이다...
사색할 가을이 사라진 계절 10월.
그럼에도 내 맘 어딘가에 저장된 10월의 가을향을 꺼내어 본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심오한 제목을 몇 번이고 읽어 본다.
내가 마치 꽃이 된 거 같다.
숲이 책이 되어 나를 꽃으로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