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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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식물의 생명력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이름 모를 꽃들과 풀들이 아주 작은 틈새를 비집고 터를 잡은 모습은 경이롭다.

어쩜 이런 곳에서 잘도 살아남았구나!

산책길에 도저히 식물이 자랄 법 하지 않은 곳에서 위태위태 뿌리를 내린 모습을 볼 때마다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극한 식물의 세계>는 그런 식물의 경이로움과 위대함을 증폭시켜준다.

지구의 주인처럼 군림하고 있는 인간군은 저 식물군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인간의 생명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지만 식물은 인간 보다 유연하고 독하게 자신들을 업그레이드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식물은 본디 천적이 나타났을 때 도망칠 수 없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나 강력한 독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전략이 효과적일수록 식물의 가시와 독은 더 날카롭고 강력한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죠.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식물은 위험하면서도 유용하다.

피마자의 씨앗에 들어 있는 독 '리신'은 독성물질로 분리되어 있지만 실제로 피마자는 여러곳에 유용하게 쓰인다.

재배하기도 쉬워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리신' 보다 더한 독성을 지닌 '아브린'은 홍두의 씨앗이다.

홍두의 빨간 색은 새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점점 선명해졌고, 인간의 눈에 띄어 보석 대신 장신구로도 사용되었다.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악마의 발톱은 오래 전 거대 동물들과 공존했을 때 자신을 보호 하고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서 갈고리 모양으로 진화되었다. 지금은 매머드 같은 동물들이 사라져서 인간과 다른 동물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이 악마의 발톱은 관절에 효능이 좋기로 유명하다.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무화과인데 이 무화과의 닉네임은 '교살자'다.

착생식물인 무화과는 다른 식물에 기생해서 뿌리가 땅에 닿을 때까지 붙어 있는데 뿌리가 땅에 닿으면 달라붙어 있던 식물을 서서히 옥죄어 가다가 결국 죽게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와~ 무화과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거구나! 울 엄마는 무서운 걸 좋아하시네~

 

8년 만에 거대한 꽃을 피우는 시체꽃. 타이탄 아룸.

이 어렵게 핀 꽃이 풍기는 악취는 바로 파리와 딱정벌레를 부르기 위해서다.

그들이 시체에다 알을 까기 때문에 시체 냄새를 풍겨 그들을 부른다. 그들을 부르는 이유는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서다.

 

번식을 위해 일부러 불을 일으키는 식물도 있다.

유칼립투스는 화재에 최적화되어 있는 나무다.

유칼립투스의 씨앗은 산불이 지나가고 나면 벌어져서 작은 씨앗들을 세상에 내보낸다.

단열재 역할을 하는 두꺼운 섬유질 껍질이 발달해 있는 줄기를 가진 유칼립투스.

모기와 각종 벌레를 쫓는 효과를 가진 향기를 내는 빠른 성장을 자랑하는 유칼립투스의 반전 매력(?)이다.




식물의 다양한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극한 식물의 세계>는 다양한 식물 일러스트와 사진이 담겨 있어서 실물로 보기 힘든 식물들을 사진과 일러스트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다양한 사진 컷을 좁은 지면에 담다 보니 한눈에 들어오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식물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었지만 거의 외국 도서였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관찰하고 지은 책이라서 더 좋았다.

세상을 인간종이 모두 독점하다시피 살고 있는데 정작 제일 무섭고, 제일 강한 것은 동물종이 아니라 식물종이었다.

식물은 한 곳에 뿌리내려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과 자손들을 살려내야 하기에 더 유혹적이면서도 더 치명적으로 진화해 왔다.

 

인간의 역사 보다 더 오래 살아낸 나무는 므두셀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실 므두셀라 보다 더 오래 산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는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의 나이를 알기 위해 나이테를 얻으려고 그 나무를 잘라냈다는 사실 앞에서 정말 인간의 무지를 다각도로 경험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지구상의 동식물의 멸종률이 급격히 많아졌다.

모두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사라졌다.

인간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나, 보기 싫다고 생각했거나,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멸종된 무수히 많은 것들...

어느 척박한 곳이라도 틈새만 있으면 생명의 뿌리를 내리는 식물들조차도 인간의 손길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극한 식물의 세계>는 어떤 스릴러 보다 더 스릴 있다.

그들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 온 모든 경우를 인간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만 읽어도 길 가다 만나는 꽃들이나 식물 줄기와 나무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을 것이다.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나의 식물들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

나는 저 아이들만큼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까?

몇 해 전 활짝 핀 꽃을 자랑하던 수국이 그 이후로 꽃을 전혀 피우지 않는다.

누군가가 수국을 극한까지 놔두라고 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나면 내년에는 꽃을 피울 거라고.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극한 식물의 세계>를 읽고 나니 왠지 내년엔 수국이를 다시 만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무심히 봤던 세계가 이렇게 거대하고 체계적인 줄 몰랐다.

식물이야말로 정말 소리 없이 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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