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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의 신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006/pimg_7368641353582734.jpg)
"불안한 시대에는 원래 공포소설이 히트치죠. 겁에 질린 사람들을 양 떼처럼 따르게 하려면 공포를 조장하는 게 좋은 방법이에요. <단죄의 신들>도 공포소설이고."
사라진 지 18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사촌 누이가 유명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출판사 사람들이 찾아와 마지막 원고를 남겨두고 사라진 누이를 찾게 도와달라고 말할 때 그는 사라진 누이 보다 그 누이가 남길 '돈'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는 부패 교도관이었고, 그를 이용하면서도 그의 목줄을 잡고 있는 수감자에게 수시로 협박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누이 서진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길은 죽음이 난무하는 길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006/pimg_7368641353582735.jpg)
며칠 사이 세 사람이나 죽었다. 죽음을 재촉하는 어떤 기운을 주생은 느꼈다. 그 기운이 출몰한 것은 1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사촌누나를 인식하고 나서부터였다.
1857년과 2022년의 시점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흐른다.
지옥도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재생한 거 같은 첫 장면부터 독자들을 정신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단죄의 신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은 더더욱 지옥스러워졌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대칭적 죽음을 선사하고, 이유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주생은 서진을 찾긴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를 죄어오는 '돈'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녀가 쓴 책이 대박 났고, 서진이 죽었다면 그 돈은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니까.
그러나 주생이 가는 곳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죽는다.
머리가 돌아가서 죽은 사람
카페로 차가 돌진해서 죽은 사람
만나기로 해 놓고 그가 도착하자 투신해서 죽는 사람
그리고 그를 괴롭히던 죄수마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18년 동안 연락 없이 살았던 서진은 교도소에 있었다. 살인죄를 저지르고.
주생은 그녀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쓴 책 내용도 이상하기 짝이 없으니까.
그러다 주생은 알게 된다. 자기 집안의 비밀을.
자신의 아버지가 밀교의 교주였다는 사실을.
서진은 그 아버지를 피해 도망쳤다는 사실을.
그리고 마지막 원고가 출판사에 도착한다.
서진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녀의 집에 무수히 많았던 거울은 무엇을 뜻할까?
오성교.
불교를 빙자한 사이비.
인간의 죄를 단죄하기 위해 고문과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비밀단체.
165년마다 부활하는 그들의 신 일선제력과 월선제력.
재림과 환생과 무당과 지옥의 세계가 살인과 함께 현실을 잊게 만든다.
박해로 작가의 <단죄의 신들>을 읽으며
지금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게 된다.
'돈'을 인생의 척도로 삼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마약처럼 모두의 정신을 흐리게 만든다.
그들의 허망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종교라는 이름의 지옥은 쉽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중독시킨다.
사람들의 생각을 뺏어가는 세치 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환상.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 주는 가짜들.
일선제력과 월선제력은 이 세상의 모든 귀와 눈을 가리는 미디어가 아닐까?
"마음은 거울이다. 닦지 않으면 더러워진다. 쳐다보기 급급하고 내세우기 급급한 너희들은 거울을 닦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너희들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내가 너희들의 거울을 깨버린 것이다. 거울을 깨는 순간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가짜로 세상을 현혹시키려는 그들의 술수에서 사람들은 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그렇게 보고, 믿는 세상은 지옥처럼 두렵고 불편하고 괴롭다.
주생은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김 전무 같은 사람들은 고개를 수그리고 그곳에 안착했다.
마치 대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