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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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나의 세계가 아니다.

 

 

내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고 다른 한 가지를 포기했을 때 나에게는 선택한 길만이 내 삶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을 한순간부터 갈라져 온 또 다른 나의 선택이 다른 차원에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면?

다중 우주에서 '나와 또 다른 나'가 무수히 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살고 있다면?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궁금증과 후회로 가지 않았던 삶을 탐하게 된다면?

 

이 있을 수 없는 얘기지만 왠지 어딘가에서는 벌어지고 있을 거 같은 이야기 <30일의 밤>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

제이슨이 제이슨에게 납치된 이후부터 이야기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정말로 무엇이 관측될 때마다 세계가 갈라진다면 그건 곧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무수히 많은 세계 -다중 우주-가 있다는 뜻이된다.

 

딱 소설만큼의 이해도를 갖췄기에 이 다중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내가 지금의 내 삶을 차지하러 나를 찾아온다는 설정은 정말 끔찍하게 두렵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모두 나이지만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그가 통과해야 했던 수많은 다른 세계는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았다.

제이슨은 다니엘라의 죽음을 두 번 목격했고, 자기 자신이 죽은 세계도 지났으며 다니엘라와 이루어지지 않은 세계도 지나치고, 아들 찰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지나왔다.

겨우 도착한 나의 세상에서 그는 무수한 나와 마주치게 된다.

그들 모두 그의 자리를 뺏으려고 한다.

또 다른 나에게서 제이슨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누구나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30일의 밤>을 읽으면서 나 역시 또 다른 제이슨이 되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있는 나를 상상해 봤다.

성공한 제이슨 2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제이슨의 자리를 뺏은 이유는 뭘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성공한 제이슨은 왜 그저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제이슨의 삶을 빼앗았을까?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나 보다.

제이슨 2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 그가 잠깐 측은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세계에서 방출되어 빼앗긴 행복을 찾으려는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제이슨들이 불행해졌다는 건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남의 삶을 훔치려고 한다면 내 가장 소중한 것도 잃을지 모른다는 걸 제이슨 2는 몰랐던 걸까?

설사 그것이 또 다른 나의 삶이라 할지라도...

 

다중 우주에 대해서 <스파이더 맨 노웨이 홈>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통해서 체험한 것과 또 다른 맛이 있었던 <30일의 밤>.

이 이야기가 더 소름 끼쳤던 것은

그 많은 또 다른 나가 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다중인격처럼 전혀 다른 성향의 나로 살아가는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소름이 끼친다.

다중 우주에서 또 다른 나는 책 한 권 못 읽는 일자 무식일 수도 있고, 스릴러 좋아하는 나 대신 스릴러 속 범인이 되어 어딘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 수도 있다.

어떤 나는 몸치인 나와 달리 스트릿댄서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이 많은 가능성중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건지는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면 된다.

이 모습은 내가 선택한 나다.

만약 지금의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중 우주속 어떤 나의 모습을 나는 부러워할까?

그 부러움 때문에 그 삶을 빼앗을 용기가 있을까?

그렇다고 한들 나는 정말 행복할까?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들이 멈추지 않는다.

이 책도 같이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소재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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