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의 일기
아니타 루스 지음, 심혜경 옮김 / IC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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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에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결국 중요한 건 오직 두뇌뿐이다.

 

 

1925년에 처음 발표된 소설이다.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로렐라이의 일기를 통해서 보자면 돈 많은 신사들을 잘 구슬려서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는 아가씨들의 재치담 정도로 생각했었다. 앞 부분은 그래서 뭔가 심심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는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마릴린 먼로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금발의 미인. 로렐라이와 먼로의 이미지는 딱 맞아떨어진다.

나는 영화도 못 보았기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이 로렐라이란 아가씨는 마냥 순진한 아가씨는 아니다.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픈 과거가 있고, 도로시라는 교양 없는 친구를 데리고 다니며

리츠 호텔에서 점심을 즐기고, 쇼핑하기를 좋아하는 아가씨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히 '신사'가 필요하다.

이 당시에는 여자 혼자 다니는 게 품위 없는 것이었고, 어딜 가나 그녀들을 보호해 줄 신사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로렐라이의 일기>의 진가는 로렐라이가 아이스만 씨의 후원으로 교양을 쌓기 위해 파리에 가면서부터다.

그곳에서 로렐라이의 재치와 순발력이 봇물처럼 터진다.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프랑스 신사를 졸라서 구입했지만 그 사실을 알아버린 신사의 부인이 변호사를 사서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돌려받기를 원한다.

변호사들은 자기들이 그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차지하고 비크만 부인을 속이려는 음모를 짠다.

그 사실을 안 로렐라이는 깜찍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변호사마저 속여버리는 로렐라이의 기지와 왠지 모를 그 당시 사람들의 허풍과 허세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풍자하는 <로렐라이의 일기>

제목처럼 로렐라이는 일기를 쓴다.

종이에 그녀의 생각을 적으면 책이 된다는 아이스만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헨리 스포퍼드라는 신사를 만난다.

그는 로렐라이에게 반하고 로렐라이는 그와의 결혼을 생각한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결혼'을 하기에 적합한 남자가 헨리였다.

 

나는 지금 헨리의 가족과 함께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그의 유서 깊은 저택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세상에는 어쨌든 가족 말고도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생활은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합할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필라델피아주를 거의 차지하고 있는 스포퍼드 가문의 며느리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그곳에서 로렐라이가 묘사하는 헨리의 가족들은 정말 생생하게 웃프다!

도덕적인 헨리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고 생각하니 로렐라이는 자신에겐 결혼 생활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로시와 짜고 헨리를 달아나게 만들 작전을 생각해낸다.

그런 로렐라이의 작전은 과연 성공할까?

 




이 작품은 영어 원서가 포함되어 있다.

중간중간 감각적인 삽화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상류사회의 '신사'들을 풍자하고, 미국이 유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까발린다.

영국 귀족들이 미국인을 접대하고 그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하는 장면은 정말 믿을 수가 없다!

게다가 '신사'라는 타이틀을 걸머진 남자들이 하나같이 속물들이라 로렐라이가 그들의 돈을 펑펑 쓰고 다니는 게 오히려 통쾌하다!

 

이 작품이 하퍼스 바자에 실렸을 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돌려까기의 귀재 아니타 루스.

로렐라이가 교양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한다면 도리스는 교양 없는(?) 입담으로 격이 낮은 자들을 이용한다.

로렐라이는 금발의 미녀이고 그런 사람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신사'들의 옆을 예쁘게 지켜주면 된다.

그러나 로렐라이는 금발과 미모 속에 자신만의 무엇을 가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그녀의 솜씨를 보면서 당시 여성들에게 이 소설이 어떤 통쾌함을 주었을지 알 거 같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남자고, 그 남자를 움직이는 건 여자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누가 금발 미인을 생각 없는 인형으로만 봤나!

겉모습에 숨겨진 본심은 똑똑하고 현명하다는 걸 아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

다들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걸 보는 훈련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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