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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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게 칼을 쥐여주었다. 나는 그것으로 열세 번째 줄을 나무에 새겨 넣었다. 열세 번째. 돌이켜보면 그때 불길한 예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할런 코벤의 신작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예전에 <밀약>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절판된 이후 이번에 비채에서 새롭게 단장해서 출간된 책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을 몇 권 읽었는데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잘 안되는 이야기에 더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는 게 코벤의 매력인 거 같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는 어릴 때 소꿉친구였을 때부터 사귀어온 엘리자베스와 벡이 자신들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괴한들에게 아내가 납치되고, 벡은 야구 방망이로 구타당하고 호수에 빠지면서 시작한다.

사건이 벌어지고 8년 후에 이메일 한 통을 받는 벡.

이메일에는 링크가 담겨 있었고, 죽은 엘리자베스와 벡만 아는 암호로 지정된 시간에 링크를 클릭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녀는 화면 속에 몇 초간 더 머물렀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미안해." 나의 죽은 아내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멀어져갔다.

 

 

첫 페이지부터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코벤의 필력이 마지막 장까지 계속된다.

장례까지 치른 아내가 살아 있다니!

그리고 그 이메일을 받은 이후부터 벡에게 시련이 따라온다.

아내가 죽은 호수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체로 인해 엘리자베스 사건이 다시 조사받게 되고 벡은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경찰과 FBI에게 쫓기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진료를 하던 의사에서 갑자기 도망자 된 벡.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한순간에 도망자가 되는 순간부터 읽기를 멈출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숨어있던 비밀들이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온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나는 초점 없는 눈으로 지루한 인생길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헌신적인 의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후로 나는 유령을 보았고, 죽은 자의 이메일을 받았으며, 두 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유력한 용의자로 전락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의 추격을 받고 있고, 경관을 폭행했으며, 악명 놓은 마약상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실로 파란만장한 일흔두 시간이었다.

 

 

발을 들여서는 안되는 곳에 발을 들인 이들.

자신들의 자리에서 일탈을 범한 자들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그럴수록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8년이라는 시간은 과연 속죄의 시간으로 적당한 걸까?

 

죄 없는 자는 숨어 살아야 하고

죄 있는 자들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삶을 산다.

그렇게 살면서 자신이 가장 끔찍하게 아끼는 누군가를 잃게 되지.

 

복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코벤은 시시하게 복수극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지.

코벤식 복수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진짜 기가 막히다는걸.

 

쇼나와 타이리스의 우정이 돋보였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쇼나처럼 친구를 위해 옳으면서도 강단 있는 조언을 해주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타이리스처럼 위험을 무릅쓰면서 누군가를 도와주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돈'이 세상의 전부가 된 세상에서 '가치'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이야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다들 정당한 벌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그녀만 쓸데없는 고통을 당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역시 그녀가 사랑한 사람들의 죗값을 그녀의 고통으로 치른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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