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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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자 붙은 거 좋아하는 사람, 공짜 좋아하는 사람, 횡재 만나고 싶은 사람, 머리 굴려서 행운을 잡으려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는 이등병밖에 못 돼.

 

 

오랜 세월 사형수들의 상담가였던 양순자 선생님의 글을 이제야 읽었다.

마침 요즘 내 마음이 부표처럼 떠돌고 있던 참이었다.

마치 호탕한 큰 언니가 내 고민을 들으며 나를 깨우치는 거 같았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풍족하지 않니?

지금 사는 모습 그대로도 좋지 않니?

지금 있는 그대로도 행복하지 않니?

지금 너 그대로도 충분하지 않니?

 




"굴곡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지금 이렇게 만족할 수는 없겠지요. 왜 그렇게 올라가는 쪽만 쳐다보았는지 모르겠어요. 거기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삶에 굴곡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굴곡을 견뎌낸 택시 기사분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뱁새가 황세 쫓아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다들 위만 올려다보니 스스로가 비참해지는 것인데, 알면서도 자꾸 남들과 비교하는 나를 본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나는 왜 이러고 있지?

요즘 내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조용해졌다.

 

나는 지금 잘 버리고 지우고 있는가?

 

이 글이 10년 전에 출간되었다고 하니 양 선생님은 그때 이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계셨던 거 같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에 새겼을 그 무수한 후회와, 참회의 기록들이 그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듯이 이제야 이 글을 읽는 나에게도 그 영향을 나눠주셨다.

 

인간 보험은 들어두셨나요?

 

사람은 어려울 때 그 진가를 안다고 했다.

입에 혀처럼 굴거나 간이라도 빼줄 거 같은 사람들이 내가 어려울 때 젤 먼저 꽁무니를 뺀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런저런 보험을 잘 들면서 정작 인간보험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거 같다. 는 생각과 동시에 그럼 나는 누군가의 보험이 되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다른 건 모르겠다.

그저 내가 사는 동안 누군가의 보험이 되기를 바란다.

그럼 내가 잘 살고 있다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 거 같다.

 

매 페이지마다 버릴 글이 없다.

나의 사소한 고민들이 글을 읽으며 날아가 버린다.

그게 뭐라고!

 

<어른 공부>

사실 고만고만한 어르신이 고만고만한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진솔한 이야기가 구어체로 되어 있어 직접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곁에 두고 마음이 무겁거나, 자꾸 욕심이 생기거나, 누군가가 미워질 때 읽어야겠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다 보면 내 마음의 짐이 절반은 덜어지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늘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신 분 같다.

그래서 살아있는 글들이 그분이 가신 뒤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나 보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의 사형수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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