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영원한 우정으로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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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난 며칠 동안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소식을 전했어." 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빌어먹을 사건이야. 거짓말과 부작용이 가득해."

 

 

기다리고 있었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열 번째 이야기 <영원한 우정으로>.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야기로 이틀을 숨가쁘게 읽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촘촘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인간들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들은 의외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언제나 눈앞에서 알짱거리지만 절대 마지막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

타우누스 시리즈의 잔혹한 범인들은 언제나 그렇게 보통 사람으로 숨어 있는 자다.

 

현실에서 범인은 희생자의 주변 인물일 때가 많았고 살인 동기 역시 복수나 부러움, 질투와 탐욕 또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언제나 놀랄 만큼 일상적이었다.

 

 

두 번째 결혼생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보덴슈타인.

전 남편 헤닝이 스릴러 작가로 데뷔하면서 피아와 주변인들은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있다.

헤닝의 작품 제목이 <타우누스 시리즈>인 것이 은근한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오래된 가족 경영 출판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헤닝의 에이전트인 마리아 하우실트의 친구 하이케 베르시가 며칠째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살펴보러 간 피아는 하이케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강력사건이 없어서 늘 연수만 받으러 다니던 강력 11반엔 활기가 돌고 사라진 하이케 베르시가 출판계에선 유명한 독설가로 이름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녀가 일으킨 평지풍파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하루아침에 표절 작가로 전락시키고, 그녀가 30년 동안 몸담았던 빈터샤이트 출판사는 회사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갓 취임한 카를 빈터샤이트는 흔들림 없이 회사를 지키며 하이케를 해고해 버린다.

 

구세력과 신세력의 힘겨루기,

달라진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세들과 새로운 독자층을 겨냥한 젊은 사장의 기싸움은 여러 방향에서 어두운 과거를 불러온다.

 

거짓말은 암이 자라는 것과 같아요. 자라고 또 자라서 전이되고, 계속 자라서 모든 걸 독살해요. 간단하게 없앨 수가 없어요.

 

하이케의 시신이 발견되고 실종에서 살인 사건으로 바뀌면서 하이케를 둘러싼 주변인들에 대한 탐사가 이어진다.

영원한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30년 넘게 이어져온 그들은 각자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나는 네가 1983년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너도 그걸 알고.

 

이렇게 시작되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그들의 과거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입막음을 했던 진실은 시간이 아무리 오래 흘러도 그 진실을 말하는 법이다.

겉껍질을 아무리 포장해도 언젠가는 본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영원한 우정으로>는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입을 닫아도, 비밀은 언제나 새어나갈 구멍을 찾는 법이니까.

 

집단의 힘을 그저 심리적 현상이라고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힘은 '나'라는 감정을 '우리'라는 감정으로 변하게 하므로 한 개인을 책임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공동의 적에 대항하여 단결하게 만든다. 이제 더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다 보면 범인의 의외성에 놀랄 때가 많다.

욕심과 질투, 욕망과 비밀이 밝혀질 때쯤 독자들이 예상하고 증거가 알려주는 범인은 결코 범인인 적이 없다.

그리고 범인의 동기는 언제나 단순한 것이다.

그런 사실이 더 소름 돋게 한다. 왜냐하면 현실도 마찬가지니까.

 

정다운 이웃

친절한 사람

있는지도 모르게 조용한 사람이 그 모든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놀라움의 강도가 더해진다.

<영원한 우정으로>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게 되어 있는 거 같다.

아무리 속이고, 비밀을 지켜내려 해도, 정의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피아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보덴슈타인을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점점 나이 들어간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두 사람의 수사 방식이 좋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가족이라고 해도 강력 범죄 앞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이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이 감싸지 못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동료의식이 좋다.

서로의 미비한 점을 보완해 주고, 서로의 감정을 덜어주는 동료애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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