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김완석 지음 / 라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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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으로 일하면 마음이 긁히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산타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위로가 되어준 것들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작은 배려나 사소한 언어에서 시작됐다.

 

스물아홉.

희귀성 난치병인 섬유근육통을 앓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직업(아파트 경비원)을 가지고 있는 김완석 작가의 글들이 가을비처럼 촉촉하게 마음을 적신다.

 

아파트가 뭐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뭐라고.

세상에 없는 갑질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

아파트 공화국에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품격을 어디로 말아 드셨는지 알 수 없다.

고급 아파트일수록 더 무참한 인격 모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경비 일을 하며 스물아홉의 청년은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듣고도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글 곳곳에 묻혀있다.

그렇다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글이 아니다.

그래서 이 담담하게 쓰인 글들이 자꾸 마음을 적셨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숨만 잠깐 참으면 금방 잘도 비워지던데, 사람에게 쌓인 감정 쓰레기는 어디에 비워야 하는 걸까?

 

나의 감정에만 치우친 말은 상대의 언어도 시들게 만든다.

나는 상대방에게 따뜻한 말을 듣기 원하면서, 정작 나의 언어는 차가웠다.

 

 

 

글 어디에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있었던 일을 담아내고 그 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추스르는 마음이 있을 뿐...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글이었다면 공감하면서도 괴로웠을 텐데

그렇지 않기에 읽으면서 내내 내 마음도 굳건해졌다.

마음이 궁핍한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자신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고, 차가운 언어 대신 따뜻한 언어를 찾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가 겪는 고통이 매일 조금씩이라도 덜어지기를 바라고

그의 일터에서 사람들이 건네는 말이 조금씩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그에게 팀장님 같은 상사가 있어서 다행이었고, 아직은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데 위로받았다.

 

겉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진리를 또다시 배웠다.

가진 게 많아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격도 가난해진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은 자신의 격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나의 격은 남이 아닌 내가 지켜내는 것이다.

스무 날의 청년에게서 '자신의 격'을 지켜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운 느낌이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이 어떤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지 안다면 상처 주는 말을 줄일 수 있을 거 같아서.

 

옛말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결국은 나에게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뜻이다.

무심코 한 못돼먹은 말이나 행동은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

돌아올 때는 언제나 훨씬 부풀려 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부메랑은 던질 때 보다 돌아올 때 더 강한 힘으로 날아온니까.

 

비가 오는 날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리고 하루 종일 마음이 따뜻했다 서늘했다를 반복했다.

거친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늘했고, 그들을 보듬고 나아가는 작가님의 성숙함에 따뜻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롤 모델을 찾고 싶다면 이 책에 담긴 아파트의 무례한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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