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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 열정의 삶
어빙 스톤 지음, 최승자 옮김 / 청미래 / 2022년 5월
평점 :
고통이 그를 괴상하게 만들어놓았다. 자신의 고통을 통해 그는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해졌다. 자신의 고통으로 인해 그는 주위의 값싸고 보잘것없는 것, 그리고 떠들썩한 속세의 성공을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고흐는 런던의 구필 화랑을 다니며 하숙집 딸 어설라를 사랑한다.
벼르고 벼르다 그녀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한 고흐는 사랑의 상처에 마음의 문을 닫는다.
밝음 쪽으로 스스로를 나아가게 했던 청년 고흐는 우울하고 무뚝뚝하고 고통을 가진 남자가 되었다.
첫사랑은 순수한 고흐에게 절망감만 주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상인 반 고흐 가문의 빈센트 반 고흐.
아버지는 목사였고, 삼촌들은 유럽의 큰 화상들이었고, 동생 테오와 빈센트 역시 화랑에서 일하고 있다.
자연히 그림과 친숙해지는 환경이었지만 가치 없는 그림들이 비싸게 팔려가는 상황이 고흐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그나마 사랑이 넘쳤을 때는 그마저도 화랑에 자신이 돈을 벌어주는 것이 기쁨이었지만 사랑에 상처 입은 마음의 비뚤어짐은 감춰두었던 소신을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화랑을 그만두고 네덜란드로 돌아온 빈센트는 목사가 되었지만 하나님은 가난한 이들 곁에 있지 않았다.
그것 또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도피한 거라 생각한 빈센트는 다시 화가의 길을 간다.
아를로에서의 빈센트는 눈부신 빛의 향연을 그림에 담아내고 화가들의 공동체를 꿈꾼다.
하지만 고갱과의 마찰로 인해 좌절하게 되고 점점 건강을 해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면 고통이 함께 느껴진다.
그의 그림들에서는 처절함이 전해져 온다.
아마도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의 부조리함이 고흐를 괴롭혔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는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는 그나마 빈센트에게 위안과 위로를 주었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빈센트에게 의지가 되었던 동생 테오.
외로운 섬 같았던 빈센트에게 테오는 육지를 오가는 배였을 것이다.
늘 형제간의 다툼과 반목과 경계의 이야기만 보다가 이렇게 서로를 애정하고 의지가 되는 형제애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면 고독과 연결되었는데 이제는 그에게 테오 같은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은 온기가 느껴진다.
<빈센트 반 고흐 열정의 삶>은 어빙 스톤이 쓴 전기 소설이다.
전기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세련된 문체 때문에 하나의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물론 최승자 시인의 번역도 어빙 스톤의 글을 맛깔스럽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큼의 애정을 가져야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빈센트 반 고흐는 가고 없지만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
알 수 없는 그의 삶을 이렇게 재생해 놓은 걸 보니 그저 피상적으로 느껴졌던 고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그림들에서 느꼈던 처절함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사이사이 담긴 고흐의 그림들이 그저 그림만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느낌들을 첨가해 준다.
그것만으로 이 책은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