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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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다음 순간 뭔가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이 모습을 예전에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울타리에 못으로 박아둔 마분지 표지판. 검은색 매직을 쓴 '이곳을 파보시오'라는 글귀, 아래를 향한 화살표. 분명히 똑같은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이곳을 파보시오'

 

보통 이런 문구와 마주치면 거의가 시체와 마주칠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면 보물이거나.

 

서른아홉에 할머니가 된 킴.

십 대에 아이를 낳은 탈룰라.

추리소설 작가 소피.

세 명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면서 은근하게 읽는 사람을 담근질한다.

 

하룻밤 데이트를 위해 외출했던 십 대 부모는 돌아오지 않는다.

15개월을 딸을 기다리며 손자를 키우고 자신의 삶을 잃어가고 있는 킴.

남자친구가 교장으로 부임한 학교 사택에서 함께 살기 위해 런던의 삶을 접고 시골로 내려온 추리소설 작가 소피.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즐겁다.

마지막까지도 독자들은 누군가를 계속 의심하게 된다.





내가 한 짓이 미심쩍게 보일지라도 너를 속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게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어. 나는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못해. 그게 내 가장 큰 문제점이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

하지만 진실을 위해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조정하는 사람.

강압적이고 자주 분노하지만 절대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

 

 

세상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

지금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

이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늘 다음으로 미루는 사람.

마음이 약한 게 아니라 우유부단한 사람.

그래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

 

 

어쩜 먹잇감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자기 뜻이 아니라 늘 상황에, 사람에, 자신을 맞추어가는 그 성격을 알아 본 포식자들에게 탈룰라는 훌륭한 먹잇감이었다.

물론 탈룰라에겐 사랑이었지만.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는 한 완전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사람의 선한 부분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사람의 악한 부분을 이용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교활함과 악랄함을 교묘하게 포장한다.

그리고 진실은 언제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빛을 발한다.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진리를 또 한 번 알게 해준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범죄 앞에서 무감각한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두려운 것임을 알려 준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섬세한 심리묘사와 상황 설정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두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이야기였다.

 

정신을 지배당한다는 게 어떤 건지 간접 체험한 기분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조종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에서 가장 불쌍한 건 소리 없이 사라진 남자들뿐.

리사 주얼의 작품은 처음인데 상당한 흡인력이 있는 작가다.

여름에 만나기 좋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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