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해도 우리의 분단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건 안다.
공산당에 쫓겨 대만으로 피난 온 국민당 정부.
그들을 따라 대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할아버지 세대.
중국 본토에서 그들은 전쟁을 치렀다.
일본과 싸우고 공산당과 싸운 사람들, 언젠간 고향 땅을 밟을 날만 기다린 그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죄는 정의로 포장했다.
한마을을 몰살시킨 할아버지는 이십여 년이 지나 대만 자신의 가게에서 살해된다.
할아버지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손자 치우성의 시선으로 말해지는 이야기는 내가 몰랐던 대만의 근대사와 그들의 상처를 예씨 집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살인범을 찾으려는 예치우성의 성장기와 그 시대의 향수들이 글 곳곳을 채우고 있다.
스릴러라기보다는 역사소설 같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서는 혼란스럽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우리의 한국전쟁 시절이 오버랩 되었다.
이 땅에서 밤에는 공산당이 낮에는 국군이 저질렀던 일들이 중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런 일들에서 얻어지는 상처와 고통은 고스란히 민초들의 몫이었다.
손자에게 한없이 자애로웠던 할아버지의 과거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와 고통이었다.
그런 세상이었다. 그때는...
복수의 이야기일까?
그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