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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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은 셋째 날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망은 닷새째 되는 날이나 그전에 발생한다. 이보다 더 신속히 퍼지고 인류를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더 적합한 바이러스는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침공이 예견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팬데믹을 겪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흉흉한 소문이고 우리나라와는 상관없을 것이고, 나와 내 주변인들과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코시국을 겪으며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 시간들을 복기했다.

 

 

응급실에 실려온 남자들이 급작스럽게 사망하자 의사 어맨더는 참사가 일어날 것을 예감하고 여기저기에 위험한 바이러스의 발생을 알리지만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충분히 미리 사태를 알아챌 수 있었던 시간 동안 계속되는 무시와 안이한 대처는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거 보다 더 답답하다.

 

 

남자들에게만 걸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사망률 90%

아버지, 남자형제, 남편, 아들들이 죽어가는 세상.

남자들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여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살게 될까?

 

 

백신이 생기고, 인류를 이어갈 방법들이 남겨진 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남자들이 우위를 점유했던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자들이 세상을 탈환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깐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바이러스 소재의 이야기 중에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였다.

소설 속 이야기였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나는 어떨까? 라는 질문을 달고 읽었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 끔찍했다.

인류의 반이 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여자들의 모습은 감명을 주지만 그만큼 두렵기도 하다.

 

 

역병의 흔적은 죽음 이후에도 남는다.

 

 

코로나 발병 이전에 이토록 흡사한 광경을 적은 이야기 <엔드 오브 맨>

우리는 코로나를 견뎌내고 있고, 이겨내는 중이다.

이야기 속의 여성들 역시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고, 견뎌내고 있다.

남자들의 일을 대신하고, 남자들이 없는 세상에 적응해가는 여자들이 모습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반쪽짜리 인류 역시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는 행정과 정치다.

그들이 조금만 일선의 말을 들어주고, 생각했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사태가 심각하게 번져서 손쓸 수 없을 때까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윗선들의 모습이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꼼꼼하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리더의 존재가 절실해진다.

막을 수 없는 사태라면 피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게 우리 모두의 생각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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