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내게는 비가 왔다.
배우이자 작가인 장마음.
20대의 그녀가 느끼고 생각하고, 성찰한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담겼다.
자신의 생각을 적어 가는 모습이 참 치열하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면서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 같다.
나의 20대를 떠올려 보게 된다.
나는 그때 저런 생각들을 했었나?
나는 외로움이 외로움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거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대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런대로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어우러지면 어우러지는 대로
그저 하루하루를 보냈던 거 같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제목이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게 더 어울린다.
너는 시간이었고 나는 시계였다. 너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너의 시간에 맞추어보려고 애썼다. 때로는 기다리고 또 때로는 거슬러가면서까지. 너는 흘러가는 대로 그저 두었던 것뿐인데.
인간관계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그 나이를 지나온 내게도 쨍하게 다가온다.
혼자이기 위해서는 외로움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에세이는 다른 감각을 심어 놓는다.
다른 세대에게서 배우는 삶
구분 짓지 못하고, 어울렁더울렁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람들 밖으로 조금만 빠져나가도 외톨이 신세로 보였던 세대에서
선을 지키고, 어울림보다는 혼자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에게서 배우는 외롭지 않게 혼자인 법.
글과 어울리는 사진의 감성도 어느 페이지에서 마주칠지도 모를 오래된 기억 속에 박제된 부분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글들이 살아 있어서 좋고
그 살아 있는 글들이 날카롭지 않아서 좋다.
유연하게 나를 내보이는 글이 있다면 장마음 작가의 글이 아닐까?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혼자임을 즐기려면 외로움은 덤으로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글을 읽다 보니 내 생각이 짧았음을 느낀다.
이름처럼 마음이 마음을 다한 글이었다.
고만고만한 에세이들에 지친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정리가 안되는 분들이,
20대 언저리를 추억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은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