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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21/pimg_7368641353455178.jpg)
무서운 번식 속도와 놀라운 진화 능력을 보여 주는 한 동물 종의 침략을 받고 이곳에 쫓겨 와 있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바스테트 여신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 바스테트는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고양이 144마리, 인간 12명, 돼지 65마리, 개 52마리, 앵무새 1마리 총 274명을 데리고 신세계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들이 육지에 닿기도 전에 뉴욕이 쥐들의 소굴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다를 헤엄쳐 그들이 타고 있는 배를 공격하는 쥐 떼들을 맞이한 고양이 바스테트와 그를 믿고 신세계를 찾아 따라온 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예언가라는 소명을. 과연 내가 아브라함, 모세, 차라투스트라, 부처, 예수의 뒤를 이어 예언가라는 명칭에 걸맞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종을 아우르는 세상의 여왕이 되고 싶은 바스테트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사랑하는 연인 피타고라스를 잃는다.
미국 쥐들의 왕 알 카포네는 뉴욕을 점령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인간들을 소탕하려 한다.
가장 높은 빌딩의 꼭대기 층들에서 연명하는 인간과 동물들은 알 카포네의 공격으로 빌딩들마저 쓰러지자 공포에 휩싸인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21/pimg_7368641353455180.jpg)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점으로 본 인간들은 정말 한심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나도 틀린 구석이 없으니 뭐라 변명하기도 어렵다.
인류의 멸망을 눈앞에 두고도 소통을 이루지 못하고 싸움박질을 하는 모습들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고 있자니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제3의 눈을 통해 인간 역사의 지식을 쌓은 바스테트.
인간을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모든 종을 아우르는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를 희망하는 바스테트.
바스테트의 희망 사항은 실현이 될까?
오랜만에 읽는 베르베르의 <행성>은 색다른 사색을 부여한다.
다른 동물종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모습은 정말 못나 보인다.
인간들 유전자 깊숙한 곳에는 죽음의 충동이 새겨져 있어. 외부의 적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게 인간들이지. 이래서 자기 파괴적인 인간들 대신 우리 고양이들이 지구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거야.
<행성>은 소통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다.
소통을 방해하는 바벨 바이러스의 발상은 정말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다시금 열광하게 만든다.
바스테트의 생각처럼 모든 종들의 대표에게 제3의 눈을 이식해서 서로 소통하게 된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인간종으로 인해 황폐해져가는 지구의 모습을 보는 와중에 <행성>을 읽게 되었기에 바스테트의 생각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수많은 동식물이 인간에게 이롭지 않다는 이유로 멸종되었다.
어쩜 다른 동식물종에겐 인간이 가장 불필요한 동물로 멸종되길 바라는 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행성>을 읽으며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에도 우리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환경이나 기후변화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어쩜 <행성>에서처럼 인간의 문명을 파괴하는 쥐 떼들이 몰려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방어를 하게 될까?
그랜트 장군처럼 핵무기를 쓰게 될까?
천성이 <나쁜> 동물은 없습니다. 지구 생태계의 조화를 수용하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이 있을 뿐이죠.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이 지구를 파괴하고, 나아가 수많은 종들을 멸종시켰다.
이제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그런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반성의 기회를 준다.
바스테트의 생각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다른 종들을 존중하며 살 수는 없을까?
무지함을 배움으로 극복한 인간종은 그랜트 장군을 대표자로 선택했다.
이후의 지구의 운명은 어찌 될지 생각만 해도 씁쓸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삽화처럼 끼어있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새로운 버전은 인간의 역사에서 위대함과 무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더 이상 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종이 없기를 바란다.
그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인류의 문명은 지구에서 자취를 감출 거 같다.
간만에 읽은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이 지구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지구 최상의 포식자인 인간은 이제 파괴의 문명이 아니라 공존의 문명을 이루어 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