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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어떤 선택을 해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에게 어느 날 사신이 나타나 은시계를 주며 수명을 팔라고 한다.
3년 후에 무조건 죽는다는 생각으로 은시계를 받아든 아이바.
그가 받아 든 은시계는 '우르보로스'(자신의 꼬리를 물어 원 모양을 한 뱀이나 용을 가리키며 무한대, 영원, 불멸을 상징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였다.
최대 24시간 전까지 되돌릴 수 있고, 한 번 사용하면 36시간 동안은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릴 때 소유주의 피부에 닿아 있던 사람도 예외적으로 기억을 이어갈 수 있다.
아이바는 시간을 되돌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만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주식으로 돈을 모아 양부모 집에서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최대 위안이었다.
자기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아이바에게 가장 큰 삶의 의미였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건너던 중 한 소녀의 자살 소식을 알게 된다.
왠지 그 소녀를 살려내는 것이 자신이 죽기 전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소녀를 구했지만 아이바의 생각과는 달리 소녀는 계속 자살 시도를 한다.
그리고 아이바는 계속 시간을 되돌려 그녀를 구한다.
그들의 죽고 되살리는 이 게임에는 끝이란 게 있을까?
자살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의도가 절박해 보였다.
아이바도 이치노세도 자신이 삶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자살을 택했다는 설정도 썩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스스로를 세상에서 제외시키는 방법 밖에는 어떤 답도 찾을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고독해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
어쩜 우르보로스를 주었던 사신은 자살을 생각했던 그들에겐 사신으로 보였겠지만
그들을 살리고자 했던 착한 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르보로스의 시간 여행은 아이바와 이치노세라는 외로운 영혼을 서로 묶어 주었다.
"나는 이치노세를 만나서 정말 기뻐. 만약 이치노세가 학교에 잘 다니고 가족과도 사이가 좋았다면 분명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거야."
둘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잘 살았다면 만날 수 없었을 운명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구원투수가 되어 주었다.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서로를 보듬어 주었다.
어린 소녀에서 점점 성장하는 이치노세 곁에 아이바가 있었기에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죽음을 생각했던 작가가 지인의 죽고 싶다는 말에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상을 받아서 책으로 출간되면 그녀에게 읽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꿈이 되었죠.
사연 있는 글이어서 그렇게 수없이 죽음을 되풀이하고, 되살아나길 반복했나 봅니다.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었다면, 조금만 그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면 달라졌을 사람들...
짧은 기사 한 줄로 그 사람의 죽음을 접하면 "그 길밖에는 없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그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이 이야기가 조금은 알게 해주었네요.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일본에서 제8회 인터넷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대상을 받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아이바와 이치노세의 입장이 되어 봤던 시간이었네요.
내가 가보지 못한 길 위에서 안타까웠다가 안도했다가 짠했다가 뭉클했습니다.
단 한 사람의 관심이 어떻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후배의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후배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며 나약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내 시간에 치여 곁을 내주어야 하는 사람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