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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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무너뜨리기를. 그렇게 되면 그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앉아서 감상만 하면 될 뿐.

 

 

10년 전 루이스, 리키, 가브리엘, 캐시디는 사냥 금지 구역에서 엘크 떼를 만난다.

그들은 마을에 풍족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사냥을 한다.

 

루이스는 어린 엘크의 질긴 생명을 끝내지만 그 어린 엘크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

어떤 금기는 어겼을 때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죄책감에서...

 

평생 그는 잘못된 곳을 바라봤다.

 

 

인디언 자치구에서 두 친구는 빠져나왔고, 두 친구는 남았다.

그러나 10년 뒤 이 친구들에게는 죽음이 찾아온다.

새끼와 함께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엘크가 돌아왔다.

복수를 위해...

 

뭔가 서정적인데 꽤 잔인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는 <엘크 머리를 한 여자>

백인과 함께 사는 루이스에게 일어난 일은 착란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죄책감이 그를 10동안 야금야금 좀먹었던 걸까?

인디언 자치구를 도망쳐 나와 백인 여자에게 정착했으면서도 그는 항상 떠돌았다.

 

언제가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예감한 듯이

어쩜 스스로 그날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되풀이할 수 있게.

 

인디언의 설화와 그들의 현재 삶과 인디오들의 삶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소름 끼친다.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 아니라서 예측할 수 없었고,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조마조마했다.

상상이 만들어낸 허상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가까스로 이 세상에 돌아온 너는 만신창이가 된 트럭에서 찢어 낸 담요에 몸을 감싼 채 길 끝자락에 위치한 집 옆에 서 있다. 차가운 발은 더 이상 단단한 발굽이 아니며 손에서는 손가락이 나오기 시작한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너는 그의 눈에 '열두 살'로 보였을 거다. 1시간 전에는 인디언 자치 지구를 향해 달아나던 살인자의 품에 안겨 있는 새끼 엘크였다. 그전에는 무리 가운데 떠돌던 인식, 갈색 몸에서 갈색 몸으로 순환하던 기억이었다.

 

 

 

엘크는 돌아왔다.

자신을 죽인 살인자들을 처단하러.

한 사람은 맞아 죽었고, 한 사람은 아내와 직장 동료가 엘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살해했다.

두 사람은 엘크가 뿌린 오해의 씨앗을 먹고 서로를 죽음으로 몰았다.

엘크의 살육으로 시작해서 인간의 살육으로 끝날 거 같았던 이야기는 급 반전을 맞는다.

 

그녀는 경사지를 향해 오른손을 뻗고 손바닥을 펼친 뒤 손가락을 쭉 편다.

 

인디언의 손짓엔 언어가 담겼다.

마지막 살벌한 농구 경기 장면은 영상미가 있어서 머릿속에서 필름이 도는 느낌이었다.

설원에 뿌려진 핏방울이, 배를 가른 시체들이, 짓밟힌 개의 사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는 건 독자에 대한 배려 같았다.

 

근데

정말 엘크가 사람의 형상으로 환생할 수 있는 걸까?

이성은 다 지어낸 거라 말하지만 감성은 왠지 그럴 것만 같은 엘크 머리를 한 여자.

무더위에 읽으면 더 좋을 거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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