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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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진정시킨 것은 바로 리처드 파커였다.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가 바로 그 대목이다. 무서워 죽을 지경으로 만든 바로 그 장본인이 내게 평온함과 목적의식과 심지어 온전함까지 안겨주다니.

 

 

파이 이야기는 얀 마텔을 세상에 알린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이 이야기가 주는 충격적인 반전 때문에 내게 파이 이야기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됐다.

나는 아직도 두 이야기 중에 어떤 이야기를 믿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저 믿고 싶은 이야기만을 믿을 뿐.

 

 

삶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헤쳐가야 하는 인생길에 복병 같은 벵골 호랑이와 처치 곤란한 하이에나와 도와줄 수 없었던 얼룩말과 도와주지 못한 오랑우탄이 있다.

꼭 필요했음에도 인식하지 못해서 떠가게 두었던 바나나

인생의 부표처럼 보트에 매달아 놓았던 뗏목

그리고 낯엔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밤엔 산화되어 뼛속까지 갉아먹는 식물들의 군상인 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살아왔음에도 그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에서는 현실을 찾고

잔인한 현실 앞에서는 환상이 가득한 모험을 찾는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리처드 파커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리처드 파커가 인간이 가진 생존 본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본능이 파이를 조련하고, 단련시키고, 극복해 내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분리해서 그 끝없는 망망대해를 살아남은 것이다.


 

 

파이가 전해주는 두 가지 버전의 생존기는 극심한 공포와 외로움 속에서 생존해야 했던 어린 소년의 성장기였다.

나는 두 번째 버전에서 배신감을 느꼈다. 아름다운 소년의 생존기가 훼손된 거 같아서.

그리고 곧 깨달았다. 현실은 언제나 소설이나 영화보다 훨씬 잔인한다는 사실을 내가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침몰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침춤호처럼 삶도 이유 없이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럴 때 당신 안에 숨어 있는 리처드 파커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내 안에 리처드 파커는 무한한 인내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

그저 견뎌 내는 것.

언젠간 다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

그런 낙천적인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첫 파이 이야기는 초판 16쇄 발행인 2005년 12월 12일이다.

두 번째 파이 이야기는 초판 58쇄 발행일 2021년 8월 17일이다.

세 번째 파이 이야기는 개정판 1쇄 2022년 3월 29일이다.

 

 

세 권의 책이 나에게 왔고,

세 번째 파이 이야기의 발행일은 내 생일이다.

그러니 파이 이야기는 나의 인생책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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