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2.봄호 - 73호
공원국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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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군가가 "한국에 읽을 만한 추리소설이 있어?"라고 묻는다면, "있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미스터리는 내적 깊이에 있어서 꾸준히 성장해왔고, 외적인 확장 역시 괄목할 많나 수준이라고 말입니다.

 

장르문학 불모지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스무 살이 된 잡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놀랐다.

점점 사라져가는 잡지, 그것도 주류 문학잡지도 아닌 장르문학잡지가 20년간 꾸준히 나올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잡지를 만드는 사람의 공이 가장 크겠지만 계간 미스터리가 계속 발행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독자다.

 

나는 계간 미스터리의 이름을 자주 들었지만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별로 볼 게 없다는 잡지에 대한 편견이 계간 미스터리에도 있었다.

계간 미스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온다.

이번 봄호는 기쁜 소식으로 시작한다.

 

한국 장르문학의 맨 앞에 이름을 둔 서미애 작가가 프랑스 서점에서 만난 한국 장르문학에 대한 즐거운 소식을 전한다.

한류의 기운이 이제 문학에도 불고 있는데 뜻밖에 선전하는 것이 바로 장르문학이다.

다양한 작가의 책들이 서구권 독자들과 만나고 있었고 그 반응이 뜨겁다는 사실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맨날 번역물만 읽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우리 작가들의 글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번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은 '러니의 스릴러 월드'의 운영자이자 장르소설 마니아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다수의 스릴러 기획자이면서 장르문학 번역가이기도 한 최필원님의 <바그다드>가 수상하였다.

<바그다드>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나름 이야기를 추리해 봤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고, 이야기는 예상 밖으로 전개되었다.

D.P. 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어딘가 전선이 끊어진 듯 감정이 결여된 눈빛. 그것은 초등학생의 눈빛이 아니었다.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렸는데 엽기부족이란 닉네임을 사용하고 계신 홍정기 작가의 단편 <무고한 살의>는 초등학생과 형사의 대립이 신선했다.

촉법소년이라는 법의 안전망 안에서 법을 악용하는 아이들은 어른 뺨치게 당당하다. 그 모습이 진짜 소름 끼친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반전까지~ 홍정기 작가의 작품은 두 번째 읽는 데 두 번 다 으스스 한 살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과연 살인자는 누구일까?

 

박소해의 <겨울이 없는 나라>

제주와 다이아몬드와 눈.

단편인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럼에도 모든 떡밥을 다 회수했다. 인상적이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흥미로울 거 같다.

 

단편들과 에세이 장르문학에 대한 읽을거리가 풍성한 잡지 계간 미스터리.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들의 신간에 대한 한 줄 평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작가의 방에서 마주하게 되는 김이환 작가의 방들을 엿보는 즐거움도 있다. 드라마로 방영 중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기획프로듀서 김미주님과의 인터뷰 내용도 흥미로웠다.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장르소설의 모든 것이 담긴 계간 미스터리.

장르소설을 애정 하는 독자들이라면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잡지라기보다는 한 권의 책으로 느껴지는 계간 미스터리.

문학잡지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게 해준 잡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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