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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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

 

 

황모과 작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도 미래도 모두 과거 속에서 움트는 것이기에 이야기들의 과거는 미래와 같은 현실속에서 눈을 뜨게 한다.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 수 있듯이...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를 통해서 이름모를 유골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는 그 발상자체로 멋진 이야기였다. 작가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이렇게 잊지 못할 이야기로 남겨주었다.

어딘가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또는 어딘가에 묻혀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무연고자들의 넋이 위로받을 수 있을 거 같은 이야기여서 DNA판독기가 정말 개별장치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탱크맨>에선 작금의 현실이 보여서 등골이 서늘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화시키려는 세력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의 의지.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모멘트 아케이드>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감정의 순간을 찾게 될까?

가족간에도 같은 상황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사람의 기억은 늘 자기중심으로 해석되니까.

돌봄받지 못했던 어린시절에서 탈출한 언니.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고 살았던 12년.

엄마와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자신을 죽이며 살아 온 나.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

이 모멘트 아케이드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기억을 체험하며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깊어 진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을테니...

 

 

SF 소설이라지만 우주를 유영하진 않는다.

SF 소설이라지만 괴담소설 같다.

 

 

아픈 과거사들을 마치 미래로 끌어 온 거 같은 글들 앞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에서 뿜어 나오는 진한 슬픔들을 체험했다.

 

 

살아있는 문체가 마치 웹툰을 본듯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뿐하게 이야기 하는 황모과 작가의 필력은 SF 장르를 빌어와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우리의 미래는 상처 입은 과거를 치유하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외치는 거 같다.

그것이 치유되지 않는 한 상처는 더 많은 딱지와 흉터를 남길 테니...

 

 

상상의 힘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밤의 얼굴들이 가진 상상의 힘은 치유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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