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맨 - 속삭이는 살인자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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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악몽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내 아들이 사라졌다.

그게 내가 첫 비명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아내를 잃고 아들 제이크와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 온 케네디.

그의 직업은 작가이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슬픔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케네디에게 아들 제이크를 돌보는 일은 참, 너무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새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그곳에서 아들 제이크에게는 이상한 일들만 생긴다.

 

20년 전 그 지역엔 위스퍼맨이라는 악명 높은 아동 납치 살해범이 있었다.

그를 감옥에 집어넣은 형사 피트는 아직도 찾지 못한 한 아이 때문에 위스퍼맨을 계속 찾아간다.

그런 와중에 한 소년이 실종되고 피트는 위스퍼맨의 모방범이 생겼다는 걸 직감한다.


 

"몇 주 전, 닐이 한밤중에 엄마를 깨웠답니다. 창밖에 괴물이 보였다고요. 정말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커튼이 열려 있었답니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고...."

벡은 잠시 후 덧붙였다.

"닐은 그게 자기한테 뭐라고 속삭였다고 했답니다."

 

 

학대받고 돌봄 받지 못한 아이들의 창가에서 속삭이는 위스퍼맨.

그런 아이들을 납치해서 살해하는 위스퍼맨.

그가 정말 돌아온 것일까?

 

아버지와 아들.

그 가깝고도 먼 관계

한 아버지는 아들을 학대했고, 한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인 자신에게서 아들을 멀어지게 했고,

한 아버지는 엄마 잃은 아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지 못해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버지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했다.

 

한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에 대한 증오로 괴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한 아들은 아버지가 엄마를 학대했다고 생각하고,

한 아들은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남자는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열었고, 지상에서 얼마 안 되는 이들만이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경험을 했다. 남자가 오른 여행길은 안내서가 없는 길이었다. 어떤 지도에도 그 길은 나와 있지 않았다. 살인이라는 행위는 남자로 하여금 항애도도 없이 감정들의 바다 위를 헤매게 만들었다.

 

 

형사들, 범인, 평범한 아빠. 평범하지 않은 아들의 시점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책의 두께를 잊게 만든다.

그리고 끝에서 알게 되는 사실의 연관성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독자의 상상력에 지뢰를 밟은 느낌을 준다.

20년간 형사를 담금질하면서 그의 죄책감을 잘근잘근 집어삼키며 희롱하는 위스퍼맨의 모습은 끝까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알지 못해서, 자신이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던 한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형사는 매일 밤 술병을 앞에 두고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

겨우 행복이 찾아왔나 싶었을 때 찾아오는 공포감.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택한 아들의 모습들이 이 이야기 한 편에 담겼다.

 

보통 스릴러의 조합과는 다르게 부성애를 다룬 위스퍼맨.

엄마가 부재인 가정에 점점이 박혀있는 슬픔들이 이야기를 채우면서 납치와 살인사건이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 위스퍼맨.

자기 직업에 진심인 형사들이 끔찍한 범죄자를 상대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행복을 빼앗기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으로 점철된 시절을 극복한 아이와 극복하지 못한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지도 잘 보여준 작품이다.

모성애 중심의 이야기들 속에서 부성애의 애틋함을 맛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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