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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 1~2 세트 - 전2권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거 아니겠나. 죽음의 상실은 삶의 상실이나 다름없어. 이 나라에 결여된 것. 그건 바로 '죽음'이야!
인간은 HAVI 시술을 20세가 되면 받을 수 있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로써 불로불사의 시대가 왔다. 일본은 원폭 투하 이후에 미국의 기술을 받아들여 이 시술을 시작했다.
HAVI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패밀리 리셋이라 부르는 친자관계를 해소한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가족관계는 불필요하다.
백년법은 그로 인해 늘어가는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생존제한법을 시행해 사회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서, 국가의 붕괴를 막고 부활시켜야 하네.
백년법은 HAVI 시술을 받고 100년 후에 무조건 사망해야 하는 법이다.
정부는 그 사망자들을 위해 안락사 터미널을 만들었다.
백년법을 반대하는 측과 백년법을 주장하는 측들이 팽팽하게 대결하는 모습과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서 제 뱃속만 챙기려는 정치가들의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거 같지만 죽음이 없는 삶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어떤 의욕도 주지 않는다.
살아도 산 게 아닌 사람들은 어떤 희망도, 어떤 열정도, 어떤 감정도 전부 시들하다.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진 인간에게 삶이란 어떤 것일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HAVI를 받게 될까?
자연스레 늙어가는 삶을 피하고 영생을 얻는 방법을 택하게 될까?
영원히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는 인물들을 보며 착잡한 생각이 든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이 백년법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사회의 공정성"
이것이 지켜져야 법을 지키는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백년법의 주제는 바로 이 '사회의 공정성'이다.
그 공정성을 지키고 수호해야 하는 자들이 그걸 위해서 법을 비켜가는 행태를 보는 맛이 참 쓰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정치의 행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것과 한치의 오차도 없음이다.
테러를 조장해서라도 자기의 권력을 지키려는 자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는 건 고구마 천 개를 먹은 것과 같다.
한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건 바로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일지도 모른다.
죽음이 없다면 삶에 있어서 반성이란 걸 모를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죽음이 없는 세상이라면 무엇을 하든 살 수 있으니 인간이 가져야 하는 인간성도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손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어서 좋은 이유는 바로 미래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 없는 세상을 다녀온 소감은 미리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다.
인간이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고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할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간접경험했다.
적어도 이 책에서만은 한국이 영리하게 보여서 다행이었다.
영원히 이어지는 생은 생각만 해도 지친다.
모든 생명에는 자연이 준 마지막 숨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