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가 -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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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층과 지하의 찻집과 바. 말하자면 세 개의 얼굴이 있는 로쿠요사는 저마다 오쿠노 가족의 개성 강한 면면을 드러내며 독립적인 색깔을 지켜나가고 있다.

 

 

커피 일가는 교토에서 3대째 커피점을 운영하는 로쿠요사의 역사를 담은 책입니다.

100년 가는 찻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할아버지로 시작해서 지금은 손자에게로 이어지고 있죠.

오래된 가게의 전통을 이어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창업주의 생각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계승자의 철학도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손님들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대를 이어 한 장소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상당히 고민이 많은 일일 겁니다.

 




로쿠요샤의 시작은 만주의 포장마차였습니다.

1대 미노루의 뚝심을 잘 알 수 있는 시작이었죠.

그 포장마차에 커피를 마시러 온 야에코는 훗날 로쿠요샤의 여주인이 됩니다.

포장마차로 시작한 커피점은 점포를 얻어서 자그마한 찻집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일본 패망으로 인해 야에코와 미노루는 본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교토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온 가족을 총출동시켜서 코니 아일랜드라는 찻집을 인수해서 커피를 팝니다.

패전 직후였지만 그곳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고, 인기를 끌게 되었죠.

그리고 곧 건물주에게 가게를 내주게 됩니다. 어째 우리나라와 모양새가 비슷합니다 ㅠ.ㅠ

건물주는 코니 아일랜드라는 이름 그대로 그곳에서 장사를 시작합니다.

미노루는 근처의 지하에 로쿠요샤라는 가게를 인수해서 그 이름 그대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바로 로쿠요샤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장소는 찻집과 카페의 구분을 넘어 '좋아하는 장소에 남녀노소가 모인다'라는 장르의 가게입니다."

 

 

3대째 가게를 이어가는 군페이의 카페 철학입니다.

할아버지 미노루의 죽음 이후에 군페이는 로쿠요샤를 이어나가기로 결심하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경영은 어려운 상태였고, 할아버지가 부업으로 일한 부동산 중개 일로 벌어 놓은 돈까지 모두 사라지고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되고, 그동안 그렇게 건물을 사고자 했던 가족의 희망이 이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이제 로쿠요샤는 진정한 가족 소유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족이 한 장소에서 대를 이어 하는 가게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특히 커피집은 거의 전무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로쿠요샤 같은 찻집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 사실 좀 부러웠습니다.

대를 이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로쿠요샤 같은 공간이 우리나라에는 없으니까요.

밥만 먹고 바로 일어서야 하는 식당 말고는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찻집은 차를 마시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나누는 수많은 대화가 묻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죠.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고 없는 우리나라에 로쿠요샤 같은 곳이 앞으로 생기길 바라게 됩니다.

 

아버지와 아들에서 그 아들의 아들까지 한 장소에서 대를 이어 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인연을 맺어 대를 이어 찾아주는 손님들

그런 것들이 부러워지는 이야기였습니다.

 

2차대전 끝 무렵에 만주에서 커피 포장마차를 열었던 미노루의 커피 사랑에 감탄했고.

커피를 팔면서 간간이 음반 작업도 하는 오사무의 열정이 멋있었고.

100년 가는 가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가업을 이어가는 군페이의 장인 정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토에 가게 되면 로쿠요샤를 꼭 가보고 싶네요.

로쿠요샤의 공간엔 오래된 이야기들이 곳곳에 스며있겠죠.

그곳에서 마시는 커피엔 그 이야기들이 양념처럼 배어있을 겁니다.

로쿠요샤는 단지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추억을 파는 곳이니까요.

우리에게도 추억을 파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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