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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특별한 우울 -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 보면 번번이 그 시기가 닥쳐온다. 그럴 때는 평소보다 더 어둡고 험하고 모진 세상에 사닌 기분이다. 나는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 린다 개스크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에 걸리다니? 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 보다 더 높을 거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들은 매일 하루 종일 환자들의 고통과 하소연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차라리 몸이 아픈 환자라면 쉬울지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치료하기 쉽고 나아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마음이 아픈 환자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보다 자신이 의사로서 환자를 잘 치료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어서 더 우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환자가 되어 동료 의사와 면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둘 다 껄끄러운 상황이지만 저자는 그런 사실에서 도망치지 않습니다. 자신도 환자들에게 도망치지 말라고 말했으니까요.
우울은 불행한 감정과는 다르다. 우울은 불행보다 훨씬 더 깊고 큰 절망감으로, 세상을 보는 눈에 색을 덧입히고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우울증을 직접 겪고 있는 의사가 말하는 우울증에 대한 표현이라 그런지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에 색을 덧입힌다는 말이 우울증이 어떤 느낌인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불안한 어린 시절, 강박장애가 있던 동생, 시험에 대한 불안증 등 그가 가진 문제들은 환자들도 가지고 있는 비슷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죠.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의 상담 이야기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울증에 대한 것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딱딱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마치 1인칭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배웠지만, 의사는 환자가 안고 있는 문제의 '이력을 알아내는' 데 그치지 말고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이 말은 참 지키기 어려운 부분인 거 같습니다.
모든 의사가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겠지만 그것이 섣부른 판단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뜻으로 저는 해석됩니다.
이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인간 세상의 모든 감정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저는 소통 편과 애도 편을 추천합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우울증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껴지는 무력감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반성하게 됩니다.
일방적인 소통은 사람의 마음에 빗장을 겁니다. 그리고 이해되지 않은 마음은 우울로 번져가죠.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소통이 필요하지만 환자와 주위 사람에게도 가장 필요한 건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주고받는 소통입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들이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필독서 같습니다.
글을 막힘없이 쓰셔서 그런지 의학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우리가 잘 아는 그레이 아나토미나 ER 같은 의학 드라마를 각색한 소설처럼 보였습니다.
목차를 따라 수많은 감정이 얽힌 이야기들과 분석들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애도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것이지만, 우울은 그 사람과 함께 죽는 것이다.
- 대리언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