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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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는 김지현.

대학 강사 강은영.

꾸준히 공모전에 응모하는 이지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진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를 읽는데 계속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가슴이 울렁이고 마음이 울컥거려서 쓴 물이 올라온다.

그들과 비교되는 주위 사람들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 때문에 답답해졌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나아가는 그들을 보는 것이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나아가는 그들을 보는 것이 고구마 먹다 목이 멜 때 누군가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건네줄 순간을 마주 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지현과 은영과 지은들이 수없이 나아가고 있으니까...




딱 1년 정도.

집에 손 벌리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는 돈이 모이면 일을 받지 않고 내 작업을 하려 했는데...

 

바퀴벌레가 나오는 악몽을 꾸는 지현.

계약금이 들어오면 '돈 좀 쓰러' 나가서 옷 한 벌을 겨우 사 오는 지현.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지현.

그녀가 어딘가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거 같다.





혹시 알바할 사람 아직 구하시나요?

 

 

대학 강사 은영.

부모님과 친구들은 그녀를 교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교수의 자리는 결코 닿지 않을 것임을 은영은 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2학기에 그녀의 자리는 없다...

그래도 그녀의 강의에 감명받은 학생이 있었으니 그녀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어딘가에서 알바가 아닌 그녀만의 일을 하고 있을 은영을 떠올려 본다.





계속 회사를 다녔어야 했을까?

 

 

꾸준히 공모전을 준비하는 지은.

엄마에게 오는 전화가 반갑지 않은 지은.

물감 살 돈도 없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꿈을 이어가려는 지은.

그러나 평범한 직장 생활로 돌아간 지은.

그래도 나는 그녀가 계속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그림과 그녀들의 이야기.

아무렇지 않다는 제목 때문에 마음이 쓰이는 그녀들의 이야기.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녀의 이야기고,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낯선 그림체가 점점 다정하게 느껴지고, 현실로 보일 때쯤엔 이 모습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

어떤 사람은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대다수가 한 번쯤은 거쳐가는 것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 같지만 알고 보면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들.

그래서 그녀들이 잘 살고 있다고 믿어진다.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돈'이 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법을 알아 간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아무렇지 않다. 가 될 것이다.

 

 

삶은 지현과 은영과 지은처럼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다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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