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평점 :
깃발이라는 단어를 보면 휘날리다, 펄럭이다, 상징하다는 말들이 머릿속에서 자동 생성된다.
그리고 운동회 때 운동장을 장식했던 만국기들이 생각난다.
깃발에는 그리움도 담겨 있다. 누군가를 향해 한없이 휘날리며 굳건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나에게 깃발은 그런 것이었다.
팀 마샬은 깃발을 통해 세계사를 짚었다.
한 나라의 역사, 지리, 국민, 가치관, 이 모든 것이 그 천조각의 형태와 색깔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각자 생각하는 의미가 다를지라도, 그 깃발에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국기는 나라를 상징한다.
그 나라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국기에 담아낸다.
다른 나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기도 있고, 종교적 의미가 담긴 국기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기가 문양도 뜻도 누구나 그리기도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격하지 않고,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지도 않은 태극기가 전 세계의 어떤 국기 보다 가장 멋진 국기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해 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제5장 공포의 깃발 편이다.
검은색의 깃발 하면 해적이 떠오른다.
검은색 바탕에 해골 그림이 그려진 깃발은 해적의 전유물로 뇌리에 박혀있다.
이 검은 깃발을 흔드는 집단이 중동에 밀집해있다.
잘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자행하는 일들로 인해 그들에게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깃발이 상징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왜 그런 집단이 생겨났는지 그들이 행하는 방법들이 왜 그렇게 잔인한 건지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취재하고 방송했던 경력이 있는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의 글에 공포감이 묻어난다.
그들의 깃발에 새겨진 글은 같은 글이다.
같은 이념을 따르지만 그들의 행동방식은 더 잔인하냐와 덜 잔인하냐의 차이뿐이다.
깃발을 맨 처음 사용한 곳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중국에서 가장 오래도록 사용한 게 아닌가 한다.
다만 수많은 깃발을 앞세워 전쟁을 치렀던 나라였지만 현대에 들어 국기를 필요로 하지 않은 것도 중국이다.
그래서 그들의 국기는 생각보다 늦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깃발의 모양은 거의 직사각형 모향이지만 네팔의 국기만은 두 개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팔의 주요 종교인 힌두교와 불교, 그리고 히말라야산맥을 상징한다.
졸리 로저라고 불리는 해적의 깃발은 검을 바탕의 천에 교차시킨 뼈 두 개와 두개골이 그려져 있다. 이 깃발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템플기사단이다.
적십자의 깃발이 최근에 바뀌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하얀 바탕에 적십자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이아몬드 모양이 그려져 있다.
유럽의 깃발엔 평등, 자유와 같은 색을 넣은 국기가 많고, 중동과 아시아를 거치면서 이슬람의 색이 들어간 국기가 많다.
깃발에 담긴 의미들과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공포와 갈등을 조장하는 깃발은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자주 사용하는 데 평화를 위한 깃발은 거의 없고, 많이 사용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깃발 아래 모여 사는 것이 인류의 숙명이라면 나는 평화로운 깃발 아래 살고 싶다.
누군가의 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위한 깃발 아래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을 통한 세계사에 익숙해져서 그들에 대한 것들은 잘 알지만 그 외의 나머지 대륙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걸 놓치고 사는 거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아시아 대륙의 깃발과 국기와 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우리에게도 우리 시각으로 보는 세계사와 깃발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운 깃발 아래 안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