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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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독자였다.

 

 

10년간 연재되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일명 멸살법.

이 이야기의 마지막 독자는 바로 김독자 한 명뿐이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멸살법의 마지막 문장대로라면 살아남을 사람은 오직 김독자 한 사람뿐이다.

그가 이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니까.

 

독자는 작가에서 첨부파일 하나를 받는다.

오후 7시 이후로 유료화가 시작된다는 문자와 함께.

오랜 시간 멸살법을 읽어 준 독자에서 준 작가의 선물이다.

대단찮아 보였던 이 선물의 존재는 이후에 펼쳐질 세상에서 절대적인 것이 된다.

그동안 독자가 살아왔던 세상은 이제 사라졌다. 새롭게 유료화가 된 멸살법의 세상이 온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으니까.

 

내 삶의 장르가 '리얼리즘'이 아니라 '판타지'였다면,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

그리고 한 번쯤은 그 게임의 세계가 현실이 되기를 갈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전지적 독자 시점은 우리에게 그 갈망을 충족시켜주는 세계이다.

그 게임 안에서 주어진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고, 아이템을 찾고, 그다음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서 점점 레벨을 높이고, 사람들과 연대해서 팀을 이루고, 서로를 죽이며 미션을 이루어가는 세계.

하지만 그 미션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싱숑이라는 필명을 쓰는 한 사람의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싱과 숑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에는 균형이 담겼다. 한 사람의 독단이 빠진 이야기는 그래서 탄력이 붙는다.

게임을 알면 알아서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게임을 몰라도 재미를 느끼는 데는 1도 어려울 것이 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서 현실을 찾게 되는 건 왜일까?

 

독자에겐 독자의 삶이 있는 거니까요.

 

 

책을 읽는 독자에겐 책과는 다른 독자의 삶이 있다.

하지만 전독시의 주인공 김독자에겐 책속의 삶이 주어졌다.

이 이야기의 끝을 아는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

하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아는 유일한 독자로서 독자는 독자적인 플레이를 한다.

그렇기에 이 세상은 새로운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독자는 자기가 알던 시나리오와 자신으로 인해 새롭게 생기는 시나리오를 잘 접목시켜야 한다.

그것은 독자라는 캐릭터가 성장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이야기의 묘미는 바로 그것에 있다.

멸살법의 세상에서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아는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

그리고 멸살법의 주인공이자 몇 번씩 죽음에서 회귀한 유중혁.

유중혁은 시나리오의 끝까지 가보지 못한 상태에서 회귀하여 자기가 지나온 길을 쉽게 돌파한다.

그리고 그 길은 회귀가 거듭될수록 거칠어지고 무참해지고 무감각해진다.

멸살법의 결말을 알고 있는 김독자 역시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새롭게 추가되는 시나리오를 돌파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가차 없이 나아간다.

현실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도 할 수 있는 것이 독자다.

그리고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싶어 하게 된다.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





판타지 소설임에도 인덱스를 많이 붙여야 했다.

게임 속 세상이 현실과 동떨어질 거라 생각했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게임 속 세상은 현실보다 더 빠르고 원초적으로 세상을 보여준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세계가 이처럼 확실하게 펼쳐지는 세상은 없다.

그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살아남기 위해 가차 없이 싸워야 한다.

그럼에도 본성은 본성대로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악은 악으로, 선은 선으로...

 

절망에 먹혀 날뛰는 인간은 조금도 위험하지 않다.

진짜 위험한 놈은 타인의 절망을 권력의 비료로 사용하는 놈이다.

 

 

이 세계는 소설 속 인물들만 나오지 않는다.

첫 번째 시나리오가 가혹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멸살법의 세상에서 근본 없는 사람들이다. 데이타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선택과 행동에 의해 이야기들은 자꾸 바뀌어 간다.

그래서 독자가 아는 멸살법의 세계는 점점 변해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인공 유중혁과 김독자는 세기의 대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누가 주인공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 적응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앓는다. 누군가는 광기로, 누군가는 광신으로, 또 누군가는 비합리적인 낙관으로.

 

 

독자가 멸살법의 세계를 앓는 방식은 무엇일까?

초반부 독자는 소설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그러나 자신의 팀을 꾸리고 사람들을 조종하며 나아가는 독자의 모습은 그가 소설대로의 끝을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독자가 가는 길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독자는 독자의 방식으로 싸운다.

나는 이 세계의 누구보다도 이 세계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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